매일신문

인터넷 '파르재 마을' 카페지기 김창현씨

내 이름은 我無개… 따뜻한 세상지기 그게 꿈입니다

김창현 씨가 신고 있는 고무신에는 그의 꿈이 담겨 있다.
'파르재 마을'의 카페지기 김창현 씨가 천으로 만든 가방으로 메고 고무신을 신은 채 서울역에 나타났다.
김창현 씨가 신고 있는 고무신에는 그의 꿈이 담겨 있다.

"아이스크림은 제 컵에 담아주세요."

깜짝 놀랐다. 인터넷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는 인기 카페 '파르재 마을'(http://cafe.naver.com/pareujae.cafe)의 카페지기 김창현(45) 씨는 25일 기자와 서울역 고급 카페 파스꾸찌(pascucci)에서 만나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면서 서류 가방에 매달려 있는 등산용 스테인리스 컵을 내밀며 "이곳에 담아주세요"라고 했다. 종이컵 쓰지 않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그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런 행동이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에도 컵에 담긴 아이스크림을 깨끗하게 먹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다시 한 번 놀랐다.

서울역에서 본 첫인상은 마치 '가출한 도인(道人)' 분위기였다. 해어진 개량 한복에 유성매직으로 '파르재 빌딩'이라고 씌어진 고무신을 신고 있었고, 그 고무신도 낚싯줄로 기운 자국이 선명했다. '천 가방 안을 한번 보자'고 하자 가방 안에는 자연친화적 소재들로 만든 수학 보조 교재들이 가득했다.

이날은 바쁜 날이었다. 오전에는 마포도서관에서 어머니를 위한 초등수학 특강을 하고, 오후에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인근의 연은초교에서 계란판을 이용한 수학 비법 강의가 예정된 상황에서 겨우 짬을 내 기자와 인터뷰 약속를 한 것. 부모와 자신에 대한 지독한 콤플렉스에다 난독증으로 자신을 드러내기 꺼려했던 그가 '내·외적으로 자유하기'까지의 얘기들을 진솔하게 들어봤다.

◆'김창현'→'파르재'→'아무개'

그의 인생은 놀랍기만 하다. 콤플렉스로 점철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조울증을 앓고 있었고, 어머니는 생선가게를 했으며, 자신 역시 키도 작고 뭐하나 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여겨 항상 남들 앞에 서기를 꺼려했다. 그런 그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년 전 생명의전화 상담봉사와 학습지 '눈높이' 교사로 일하면서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돌아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런 생활 속에 39세가 되던 해 내적으로 깨달음을 얻었다. 일생일대의 변화였으며, 불교적으로 해석한다면 '돈오점수'(頓悟漸修)에 가까웠다. 그 깨달음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이름을 '파르재'로 바꿨다. '파르재'란 이름은 자신이 태어난 충남 보령군 청소면 진죽리 팔인재에서 따왔다. 여덟 인재란 뜻의 팔인재를 본떠 '파르재'로 지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 여덟 인재 중 한 사람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6년 만에 그는 또 변신했다. 그동안의 깨달음을 책으로 출간했다. 그리고 또다시 이름을 바꿨다. '아무개'다. 아무개라는 이름으로 책 '나이깨'도 냈다. '아무개'는 지난 5월에 바꾼 이름으로 '我無개'라는 뜻이다. 즉 내가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리고 책명은 '나는 이렇게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의 줄임말이다. 그는 기자에게 "모든 사람들이 자신 속에 설계된 씨앗의 비밀을 알게 되면 이 풍요롭고 아름다운 세상과 하나 될 수 있는 단순한 진리를 체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또' 운동

"갓 태어난 아이가 10년 동안 부모와 사회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게 된다면 저절로 그 인격체 속에 이타적인 마음이 싹트고, 세상은 따뜻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 태어난 아이들 100명 중 99명이 10년 동안 이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불안해 하고 이기적인 자신을 찾아 방황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 씨는 현 시대의 불안하고 위험한 세태에 대해 '사랑의 부족'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사자가 울부짖는 것은 배가 고파서이기 때문에 고기를 줘야 하듯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도 충분한 사랑이 넘쳐야 자살, 엽기적 사건 등의 사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19세 이후 자신을 성찰하면서 39세가 되어 얻은 깨달음이 '나를 사랑하자'였다. 그래서 가장 먼저 펼친 운동은 '나사또'. 이 운동이 자신을 변화시킨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그 뜻은 '나를 사랑한다 또'이다. 하루 세 끼 육신의 밥을 먹듯 매일 100번씩 100일간 '나사또'를 외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나를 진정 아끼고 사랑하게 되며, 온전한 과정이 지나면 이타적 마음이 생기고, 세상과 하나 될 수 있다는 것이 '파르재'의 신념이었다. 이 신념은 널리 전파되고 있으며, 이후 '파르재 마을'의 모토가 됐다.

◆"파르재 빌딩을 꿈꿔요"

김 씨의 고무신에는 '파르재 빌딩'이라고 적혀 있다. 그가 꿈꾸는 사랑이 가득하고 나눔이 충만한 공동체가 바로 이 빌딩에 담겨 있다. 건물 규모는 8~10층 규모. 장소는 전 세계 동네마다. 운영은 유급 운영자 3명 이외에 자원봉사 활동가의 참여로 이뤄지는 것이다. 이용자는 남녀노소·흑백·혼혈·빈부·종교·나라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며 값없이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화폐단위도 돈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그는 꿈꿀 수 있다. 올해 펴낸 책 '나이깨'도 값이 없다. 무료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책을 나눠주고 그 책으로 인해 받은 만큼 파르재 마을 이장인 자신의 계좌로 마음대로 돈을 부칠 수 있도록 열어 놨다. 그는 "'나사또' 운동을 통해 진정한 변화를 경험한 이들이 나중에 파르재 빌딩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파르재 마을에 오면 '3불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부족하게 살자, 불편하게 살자, 불결하게 살자'이다. 김 씨는 실제 이 운동을 삶에서 실천하고 있으며, "진정으로 생명운동을 펼치기 위해 하루에 2끼만 먹고 있으며, 몇 년째 옷도 사입지 않고 얻어 입거나 기워서 입고 있다"고 말했다.

◆"아빠! 말동무가 되어 드릴게요"

김 씨는 아들이 있어 외롭지 않다. 눈물나게 고마운 존재며 누구보다 아빠가 꿈꾸는 파르재 마을을 잘 이해하고 있는 파트너이기도 하다. 그와 아들 영규(13)는 인터넷에서 '조롱박 부자'로 제법 알려진 인물들이다. 특히 4차에 걸친 '지구 행군이야기'는 수많은 네티즌들의 격려를 한몸에 받기도 했다.

행군 중 이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아들 때문에 엉엉 울었습니다. 대전에서 금강 하구까지 이틀 동안 밤새 걷고 난 뒤, 아들에게 힘드냐고 물었더니, '죽을 만큼 힘들지만 그래도 아빠 말동무가 필요하잖아요'라고 답하더라고요. 저와 한마음이 되어 준 아들에겐 제가 10년 동안 완전한 사랑을 주려고 노력했거든요."

이들 조롱박 부자는 2007년 10월 대전에서 금강 하구의 '나포'까지 1차 행군, 2008년 4월 대전에서 서울까지 2차 행군, 2008년 10월 대전에서 대구를 거쳐 부산까지 3차 행군, 그리고 지난해 4월에는 제주도 올레길을 걸어 완주했다.

이들 부자는 내년쯤에는 해외 원정 행군도 계획하고 있다. "내년은 지구촌에 파르재 마을을 세우는 그 시작이 될 것입니다." '파르재·아무개'의 소중하고 따뜻한 마음이 벌써부터 지구촌을 누비는 것 같아 기자의 가슴속이 불끈해진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프리랜서 장기훈 zkhanie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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