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크게 인디카형과 자포니카형으로 나눠진다. 인디카형은 주로 열대 지방의 쌀로 모양이 길고 가늘다. 인디카형은 안남미(安南米)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으로, 밥이 푸석푸석한 것이 특징. 자포니카형은 쌀 모양이 둥글고 짧다. 밥이 차지다. 일본인 학자 가토 시게모토(加藤茂苞)가 1928년 여러 가지 종류의 벼를 특성이 같은 것끼리 모아서 이렇게 분류했다. 인도 등 열대에서 자라는 벼는 인디카(Indica), 중국 일부'한국 등에서 재배되는 벼에 대해서는 일본이 벼의 원산지가 아님에도 불구, 자신의 나라 이름을 따 자포니카(Japonica)로 명명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0년대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서 1만 5천 년 전 볍씨가 발견돼 세계 최고(最古)로 인정받은 것처럼 오랜 벼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자족이 이뤄지지 않아 운명 같은 보릿고개에 시달리며 허기를 면하지 못했다. '이밥에 고깃국 실컷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던 시대였다. 이때 '기적의 볍씨'로 불렸던 '통일벼'란 품종이 개발됐다. 자포니카형의 벼 계통에다 1960년대 필리핀의 국제미작연구소(IRRI)에서 개발한 인디카형의 다수확 품종(IR 계통)을 교잡한 다수확 신품종이 'IR667-98-1-2-2'로 표기된 통일벼였다.
통일벼는 1971년부터 처음 농가에 보급된 이후 쌀 생산량과 통일벼 재배 면적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1970년대 중반에는 매년 만성 식량 부족 해소를 위한 쌀 수입도 중단됐다. 하지만 생산량 증가와 식량난 해소의 주역이었던 통일벼는 저온에 약하고 밥맛이 떨어지는 등의 약점으로 외면당했다.
특히 1978년 도열병, 1979년 호우'홍수'태풍 등 자연재해, 1980년 덮친 냉해 등으로 내리 3년간 계속된 흉작은 통일벼 외면에 결정타가 됐다. 3년간 흉년으로 12개 국가(미국 일본 호주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이집트 대만 스페인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탈리아)로부터 쌀을 수입해야 했다. 일부 수입쌀은 사료로도 못 쓰는 불량미여서 말썽 되기도 했다. 결국 통일벼는 1985년 수매 중단, 1991년 재배 중단 등으로 1971년 보급한 지 2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운명을 맞게 됐다. 지난 24일 통일벼 개발에 지대한 공헌을 한 허문회 서울대 명예교수가 향년 83세로 별세했다. 숙명처럼 우리 민족을 옭아맸던 배고픔의 굴레 대신 식량 자급자족의 기틀을 마련하고 영면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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