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치 않는 만남, 미확인 루머…'SNS 왕짜증'

"글 좀 그만 올려"

전세계적으로 SNS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미확인 루머 확산, 접촉 피로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사용시간 제한 등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 SNS를 이용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전세계적으로 SNS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미확인 루머 확산, 접촉 피로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사용시간 제한 등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 SNS를 이용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어느새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됐다. SNS를 하지 않는 사람은 시대에 뒤처진 사람으로 여겨질 정도다.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등 새로 등장한 SNS는 많은 이들을 연결시켜 주고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한다. 보이지 않는, 그러나 확연히 보이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 2010년 11월,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의 풍경이다.

그러나 SNS 역풍도 만만찮다. 악성 루머의 온상이 되기도 하고 원치 않는 온라인상 만남을 가져야 할 때도 있다. 남들이 모두 사용한다고 해서 덩달아 가입했다가는 무차별로 올라오는 글 때문에 '접촉 피로'에 시달릴 수 있다. SNS가 주는 불편과 폐해도 SNS의 파워만큼 커지고 있는 셈이다.

◆원치 않는 만남 '접촉 피로'

얼마 전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트위터에 가입한 직장인 김정민(30) 씨는 트위터가 애물단지라는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자친구의 강압(?)에 의해 '팔로우'하기 시작한 이후 하루에도 수십 개씩 친구가 올리는 글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트위터에 푹 빠진 여친은 특별한 용건 없는 글들을 줄줄이 남기곤 했는데, 김 씨는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처럼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진형(47) 씨도 이 같은 피로감 때문에 스마트폰을 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스마트폰, 트위터, 페이스북을 업무에 활용하라고 권고해 먼저 페이스북부터 가입을 했다. 그러나 넘쳐나는 글들은 이 씨를 지치게 했다. 그는 "업무에 도움이 되는 글보다는 직장 내 동호회 얘기 등 시시콜콜한 글들뿐이다. 업무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SNS를 업무에 이용하는 사람도 피곤하기는 마찬가지. 소셜마케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정훈(37) 씨는 트위터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기에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 아깝다고 여긴다. 그는 "트위터를 관리하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실제 창의적인 콘텐츠와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는 시간이 오히려 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SNS에 일정 수준 이상의 친구를 거느리면 읽고, 응대하고, 사진을 올리는 등 관리에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확인 루머의 온상

'트렁크에서 신음소리가 들리는 수상한 차를 지하주차장에서 목격했다. 경비 아저씨가 잡으려고 했지만 달아났다. 차는 초록색 번호판으로 62○○.' 이달 8일 대구에 사는 트위터 이용자가 황급히 올린 납치 제보 내용이다. 이 내용은 삽시간에 SNS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됐다. 올린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가장 많이 '리트윗'(퍼나르기)된 글이 됐고 경찰이 출동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물론 근거 없는 제보였다. 신음소리는 차 주인과 여자친구가 함께 듣던 라디오 소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 주인은 차량번호가 인터넷상에 공개되고 '여친이랑 둘이서 지하주차장에서 뭐했냐?'는 등 네티즌의 각종 추측성 글과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SNS 상에는 직접 보거나 듣지도 않고 팔로어가 보낸 글을 사실로 믿고 또 재전송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물론 포털사이트의 게시판, 메신저, 블로그 등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벌어지지만 SNS가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가공할 만한 전파력 때문이다.

가령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 자동으로 자신의 팔로어들에게 전송되고 이를 리트윗하면 글을 받은 트위터 이용자의 팔로어들에게도 자동으로 보내진다. 자신의 팔로어가 100명이고 이 팔로어들의 팔로어가 100명이라면 클릭 한 번에 1만100명에게 글이 전달된다. 게다가 루머 글이 한번 트위터에 올라오면 삭제할 수 없어 파장은 더욱 커진다.

◆SNS를 거부한다

SNS의 접촉 피로와 폐해가 심각해지자 SNS를 거부하거나 탈퇴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동안 SNS로 많은 친구를 사귀는 재미에 푹 빠졌던 강현구(33) 씨는 최근 SNS를 탈퇴했다. 중독성이 강한 SNS에 푹 빠져 실생활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나 가족을 만나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고, 화제도 단연 SNS와 관련된 얘기만 일방적으로 해댔다. 그러나 강 씨의 즐거움도 잠시였다. SNS에 빠지면 빠질수록 정작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강 씨를 떠났다. 아차 하는 사이에 소셜네트워킹은커녕 갖고 있던 휴먼네트워크도 깨질 판이었다. 중독에 가까운 SNS을 탈퇴하고 나서야 강 씨는 "이제야 진짜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SNS에 가입했지만 자칫 소중한 진짜 친구들을 잃어버릴 뻔했다"고 말했다.

홍보 업무를 하는 박희정(40) 씨는 회사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10년째 017번호를 고수하고 있다. 그는 "오래 써온 물건에 애착을 느끼듯 전화번호에도 애착을 갖고 있다"며 "같은 017번호를 쓰는 이들을 우연히 만나기라도 하면 마치 같은 신념을 공유하는 동지를 만난 듯 은밀한 동료 의식과 연대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자꾸 신제품을 내고 유행을 만드는 분위기가 모두 기업의 상술인 것만 같아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무조건 따라가기가 싫다"고도 했다.

오창근 대구대 교수는 "SNS 열풍이 거센 만큼 스트레스도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특별히 필요성을 못 느끼면서도 나만 뒤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에 동참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많은 인터넷 친구들을 얻으려 하다 소중한 진짜 친구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만큼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등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서 SNS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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