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입자율화'는 대세 '3不정책' 일부완화 될듯

미리보는 2012학년도 대학입시 변수

최근 대구에서 열린 대학 입학 설명회장마다 학생·학부모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사설학원들의 대입 정시모집 설명회가 있은 직후인 이달 22일 대구시교육청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마련한 대입설명회에는 1천500여 명이 몰려, 안내책자가 동이 났다. 설명회 한 참가자는 "고3 수험생 외에 고1, 2학년생, 중학생 학부모까지 다양하게 참석했다"며 "2012학년도 대입 수능을 비롯한 앞으로의 대입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18일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면서 올해 대입 일정의 8부 능선을 넘었다. 고3 교실마다 수능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입시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지만, 앞으로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예비 수험생들의 고민은 변화하는 대입 체제에 맞춰져 있다. 2012학년도 이후 대학입시에 대한 전망을 살펴본다.

◆대입 자율화, 3불(不) 정책의 완화=2012학년도 이후의 입시는 '대입 자율화'라는 큰 흐름 속에서 변화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대입 자율화는 1단계(학생부 및 수능 반영 자율화)를 거쳐 2단계(수능과목 축소)와 3단계(완전 자율화)의 중간 정도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표 참조). 대입 완전 자율화는 3불 정책(본고사 금지, 고교등급제 금지, 기여입학제 금지)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최소한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는 기존의 불가 입장에서 완화로 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본고사라는 명칭만 사용하지 않을 뿐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와 심층 구술 면접고사 등 이른바 대학별고사가 몇 해 전부터 등장했다. 과거의 글쓰기 논술에서 교과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로 출제 경향이 바뀐 것인데, 이런 출제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교 등급제에 대해 한 입시전문가는 "고교 다양화 추세와 함께 고교별 특성을 반영한 전형이나 입학사정관 전형 등을 통한 제한된 형태의 고교등급제가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수시모집 확대 및 지원 방법 변화=수시모집 인원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대학은 수시모집을 통해 보다 우수한 수험생을 선점하기 위해 수시모집의 인원을 확대하고 있다. 2011학년도 입시에서는 2010학년도의 57.9%보다 늘어난 전체 정원의 60.9%를 수시모집에서 선발한다. 포스텍은 전체 정원을 수시모집을 통해서 선발하고 연세대 79.9%, 고려대 68.6%, 성균관대 65.0%, 서울대는 60.9%를 선발하는 등 상위권 대학일수록 수시모집 선발 비율이 높다. 전형 유형도 다양화되는 추세이다. 교과 성적, 비교과 성적, 대학별고사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수시모집에서 선발하면서 수능성적이 우수한 학생도 선발하고 있다.

수시모집 지원 횟수는 올해와 같이 제한이 없다.

◆논술 비중 및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대학 증가

수시모집에서 논술고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히 논술고사 실시 대학 수,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학생부 성적의 불리함을 만회하는 수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논술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전형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통합교과형 논술고사는 고교 교육과정에서 다룬 것을 강조하므로, 수능과 논술고사를 동시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논술고사 중심 전형의 경쟁률은 해마다 큰 폭으로 높아지고 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 대학이 일반 전형 기준으로 2010학년도 70개 대학에서 2011학년도에는 94개 대학으로 증가했다. 대다수 주요 대학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논술 우선선발 전형에서 일반 선발 또는 다른 전형에 비해 높게 적용되는 특징을 보인다.

◆수능시험 체제의 변화

2012학년도 수능시험부터 수리영역의 출제 범위 조정과 탐구영역의 선택 과목수 축소 등 두 가지의 변화가 예고돼 있다. 우선 수리영역 경우 인문계열에서도 미적분을 배워야 한다는 수학교육학계의 여론을 반영해 '미적분과 통계 기본' 과목이 추가된 개정 7차 교육과정이 현재 고등학교 2학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학습 부담이 늘었다. 반면 자연계열은 내용이 중복되는 '수학Ⅰ'과 '확률과 통계'를 '적분과 통계'로 통합하는 등 과목 사이의 내용만 이동했을 뿐 수업 부담은 큰 차이가 없다. 또한 대입 자율화 2단계(수능과목 축소)의 일환으로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최대 선택 과목수가 4과목에서 3과목으로 줄어든다. 2011학년도에는 기존에 3과목을 반영했던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숙명여대 등이 2과목만을 반영하기로 하는 등 반영 과목이 줄어드는 추세다. 2012학년도 이후에도 서울대를 비롯한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학이 탐구영역을 2과목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수능성적 위주의 정시모집 선발

다양한 선발 도구를 가진 수시모집과 달리 정시모집에서는 수능시험 성적 위주의 선발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입 자율화가 본격화되더라도 대학은 정시모집에서 대학별 고사(본고사)를 실시할 이유가 없다. 또한 학생부의 실제 변별력을 신뢰하기 힘든 상황에서 전국적인 객관적 평가 자료인 수능시험 성적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시모집에서 분할 모집을 하는 대학(중앙대, 한양대 등)은 대부분 특정 모집 군에서는 수능성적만으로 선발한다. 분할 모집을 하지 않는 대학(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도 수능성적만으로 정원의 50~70%를 우선 선발하고, 나머지 인원을 선발하는 일반 선발에서도 학생부의 실질 반영률은 대폭 낮추어 전형한다.

◆입학사정관제의 확대

입학사정관제는 대학이 기본적인 학업 수행 능력 외에 소질·적성, 인성, 창의성 및 성장 잠재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대입 제도의 선진화라는 기치를 걸고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는 2010학년도를 기점으로 대폭 증가하는 추세다. 2011학년도에는 4년제 대학 전체 정원의 9.9%에 해당하는 3만7천여 명을 전국 105개 대학에서 선발한다. 수시모집을 통한 선발이 대부분이다. 대구가톨릭대 손종현 교수(전 경북대 입학사정관)는 "현재와 같은 수능 일변도의 선발 과정 아래에선 수능 준비 때문에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입학사정관제는 점수에 맞춰 대학을 정하고 전공을 택하는 파행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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