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G20 정상회의. 행사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 동관 로비에 설치된 미디어 조각품 '미디어 첨성대'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물의 3분의 2 크기인 6m 높이로 복원된 첨성대는 1천350여 장의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으로 만들어 다양한 영상을 선보였다. 코엑스를 지나는 수만 명이 이 작품을 사진에 담았고 서울 G20 정상회의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이 작품은 경북대 류재하 미술학과 교수의 작품이다.
온 관심이 집중됐던 것과 달리 류 교수는 많이 지쳐보였다. 큰 전시를 끝낸 탓일까.
"6개월 동안 작업에 몰두하고 설치 과정에만 꼬박 한 달이 걸렸어요.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러운 일이었지요. 예상보다 너무 큰 관심을 가져주기도 했고요."
올해 초 류 교수가 '미디어 첨성대' 일부를 LED 엑스포에 출품한 것을 계기로 이번 전시가 결정됐다.
이번 작품은 첨성대 관련 이미지, 한국의 전통 문화, 근현대 역사 등의 영상이 현대적 이미지와 어우러져 나타났다. 사람들은 전통과 첨단 미디어의 결합에 감탄했고 그 규모에 놀랐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정작 작가로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동안 서울에서 모든 문화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탓에 많은 지역 작가들이 외면 받아왔다. 그는 자신이 'LED로 작업하는 미디어 조각가'라는 흔치 않은 타이틀 덕분에 지역 작가로 국가적인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봉산문화거리 앞 조형물 '봉산 하늘-미디어 스카이'도 그의 작품이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2000년대 초부터 영상작업에 관심을 가져왔다. '시대가 바뀌면 미술의 재료와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LED 미디어 조각을 대구에서 가장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을 뿌듯하게 생각한다. 고향 사람들조차 별로 알아주지 않지만 말이다.
류 교수가 첨성대를 LED로 만드는 착상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우리 민족은 선에 대한 에너지가 있어요. 첨성대의 그 선도 너무나 유려하고 아름답죠. 유물로 묻혀 있는 첨성대를 현대적으로 해석해보고 싶었어요." 류 교수는 언젠가 자신의 첨성대가 경주의 첨성대 옆에 나란히 자리 잡았으면 한다. 경주의 밤 풍경을 바꿀 뿐만 아니라 첨성대도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작품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외국인들은 전통 그 자체에는 별로 관심 없어요. 오히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가공하고 그것을 통해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죠.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라는 세계적인 행사를 치르게 될 대구도 이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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