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잘나가던 섬유경기 '뒷걸음질' 걱정

중국 원면가격 고공행진…일방적 공급중단 선언까지

지난해 초부터 '돌격 앞으로'식 상승세를 이어가던 중국발 화섬 원료파동이 진정 국면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하락폭이 미미한데다 가격 거품이 쉽사리 빠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성장세인 지역 섬유업계들의 불안이 채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면사 가격 불안 요소가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등 화학섬유 가격까지 뒤흔들어 지역 섬유경기의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안한 지역 섬유업체

면사를 중국, 인도 등지로부터 수입해 가공한 뒤 폴리에스테르직물 등을 납품하는 A섬유업체는 요즘 일거리가 반으로 줄었다. 보통 2, 3개월 전 가격을 정하던 것이 두 달 전에는 한 주 단위로 가격을 매기더니 최근에는 '중국에서 쓸 재료가 모자란다'며 일방적 공급 중단 선언을 들은 것.

업체 관계자는 "며칠간 재고로 쌓인 재료로 공장을 가동했지만 이마저도 다 떨어졌고 원료를 구하지 못하면 공장 문을 잠시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원면 가격이 지난 주부터 진정국면으로 돌아서고 있지만 언제 또다시 가격 폭탄으로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섬유업계 구조상 화학섬유(70%)에 비해 면·교직물 등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지 않지만 면 가격 오름세가 화섬이나 교직 등 다른 원자재 가격으로 이어지고 있어 지역 업계들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는 것. 지역 섬유업체 관계자들은 "화섬과 폴리에스테르 가격인상 요인이 잠재돼 있다"며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25일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의 '대구·경북 섬유산업 경기 동향'에 따르면 올해 지역 섬유수출액은 2001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인 28억3천만 달러(전년 대비 20.8% 증가)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이후 원사 및 염료 등의 단가 인상과 특정 원사의 수급 어려움, 그리고 환율 불안정, 유가 인상 등으로 인해 채산성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지난해부터 원면 가격은 오전에 다르고 오후에 다르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상승세가 무서웠다. 문을 닫은 지역 원사 공장들이 재가동되는 등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을 정도다.

이상범 TNK컴퍼니 대표는 "지난주부터 중국 면사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완전히 낙관하기는 이르다"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언제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지 모른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면은 농작물이기 때문에 생산이 한정돼 있고, 작황 부진 등으로 공급이 달리면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다는 것.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측은 "면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가격이 진정되기까지 기다리는 방법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가격 파동 원인은?

원면 가격 폭등 현상은 주요 원면 생산국가의 공급 차질에서 비롯됐다. 세계 3대 원면 생산국가인 미국이 원면지를 줄인데다 최대 생산국가인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의 올해 원면 작황이 부진해 수급불균형이 초래된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인도 등 주요 원면 수출국들이 자국 섬유산업 활황에 따른 국내 수요 증가를 이유로 수출 물량을 대폭 줄이거나 수출을 아예 중단했다. 인도는 이달부터 수출등록을 받아야만 원면 수출을 하고 있다. 중국 역시 "중국 비정부 비축분 9월 원면 재고량이 전달보다 9만8천t이나 줄어든 10만7천t을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중국 측 수요를 자극, 국제 원면 가격 상승을 가져왔다. 여기에 달러 약세와 신흥시장 수요 증가, 공급 부족 등 현상이 겹쳤다. 이런 악재들은 면 가격이 1년 전보다 무려 90%나 오르는 결과를 낳았다.

송병철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섬유정보팀 선임연구원은 "9월부터 원면 수확이 시작됐지만 올해는 공급 부족과 수요 급증 등으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면서 원면 및 면사 가격이 급등했다"며 "여기에 국내외 일부 사재기 세력이 가세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가다 얼마 전부터 주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원면·면사 공급물량 부족, 그동안의 설비 감축 등 여파로 화학섬유사의 공급물량이 최근 추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