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후 10시 제한' 일부선 "수요 무시, 현실성 있나"

"야간자율학습 대신 학원가기 더 빨라질 것" 사교육 풍선효과 우려

사설학원의 교습시간을 현행 자정에서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는 대구시 학원조례 개정안이 29일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교습시간 제한에 따른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학원들은 사교육 절감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학원들만 줄폐업시키는 결정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일부 학부모 단체, 교사들도 교육 현실을 무시한 채 중앙정부의 지시만 좇은 '줏대없는 결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새 조례가 정착되기까지 교육 현장은 당분간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학원에 대한 현실적인 수요는 무시한 채 제도만 바뀌다 보니 오후 10시 이후 학원을 다니지 못하게 된 학생들이 또 다른 사교육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구의 한 학원 관계자는 "평일에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일찍 학원으로 가는 학생들이 상당수 생겨날 것"이라며 "학교들이 야간자율학습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원 수강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뿌리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주말 학원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학원 강사는 "이렇게 되면 평일 학원 수업을 못 듣게 된 학생들이 주말 수강을 늘릴 것이 뻔하다"며 "이번 조치로 사교육 절감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영세학원들은 차례차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일부 학부모·교사들조차 학원 교습시간 단축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고2 학부모는 "공교육에서 제대로 우리 아이들을 책임져준다면 왜 비싼 돈 들여서 학원을 보내겠는가"라며 "학원 시간 단축으로 많은 학부모들이 비싼 개인 과외교습소를 찾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교사도 "현행 대학 입시가 교과서 범위를 벗어난 수준의 문제를 출제하고 있는데 무작정 사교육에 의존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학원 교습시간 단축에 찬성하는 편에서도 이번 조치 이후 교육당국의 후속 대응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원 규제가 통과됐다고 해서 무작정 반길 일만은 아니다"며 "교육청과 학교는 방과후학교 내실화, 수준별 수업의 정착, 야간자율학습의 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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