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다 키운 소와 돼지를 본격 출하할 참이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구제역 때문에 다 죽여야 한다니…. 또 돼지를 키울 마음이 생겨날지 모르겠네요."
안동에서 지난달 29일 돼지에 이어 하루만에 소까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아 구제역 사태가 확산되면서 지역 농가들이 전례없는 충격에 빠지고 있다. 지역의 축산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한우농가는 최초 발생 지역인 와룡면 서현리에서 서남쪽으로 8km 떨어진 서후면 이송천리인데, 서후면 일대는 안동지역 한우의 20% 정도인 1만여 마리가 몰려 있는 한우 생산의 중심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또 북후면 도진리도 돼지축사가 밀집된 지역이기에 안동지역 축산농가들의 불안은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이같은 위기감이 엄습해 오자 안동시 방역대책종합상황실도 하루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30일 오전 한때 살처분용 마취제와 인력 배치 등이 혼선을 빚어 신속한 매몰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상황실로 전해지자, 일부 관계자들은 "이러다가 방역 필수작업인 살처분도 제때 끝내지 못해 전체적인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릴 수도 있다"며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처음 당하는 일이라 다소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되고 있는 부분도 있다. 다각적으로 인력을 확보해 차질 없이 살처분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현장 상황은 한마디로 '갈팡질팡'이었다
구제역 1차 발생지인 서현양돈단지 주변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주듯 소방차와 방역차, 군부대 화학대대 제독차량 등이 도로를 바쁘게 오갔다. 한 주민은 "지금 이렇게 처분하고 나면 앞으로 원상복구하는데 2년은 걸릴 것"이라며 "축산농가는 대개 빚을 내서 사료값 충당과 입식을 하기 때문에 한번 출하를 하지못하면 빚더미에 오른다"며 걱정스런 모습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살처분 대상 농가인 와룡면 전문길 씨는"김장철인데다 송년회가 있어 돈육 수요가 높은 연말연시를 앞두고 구제역을 당해 손해가 더 크다"며 "그 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날아가게 됐다"고 허탈해 했다.
2차 발생지 인근 서후면에서 돼지 3천 마리를 사육 중인 장익진 씨는 살처분 대상농가는 아니지만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장 씨는 "다음 주부터 출하를 계획했는데 가축 살처분 때문에 이동 제한이 걸려 출하는 고사하고 사료도 먹이지 못하고 분뇨처리도 못하고 있다. 출하를 못한 상황에서 새끼 출산으로 축사까지 미어터지면 감당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유례없는 구제역 사태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청정 안동한우와 돼지의 브랜드화를 추진해온 안동을 강타하면서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근심도 깊어가고 있다.
안동에서 식당업을 하는 주민 이모(41) 씨는 "축산농가도 안타깝지만 구제역 때문에 안동지역이 격리된 것처럼 비춰져 관광객이나 손님들이 당분간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건연 대한양돈협회 안동지부장은 살처분 농가의 생계안정자금 현실화를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살처분을 하면 농가 실정에 맞춰 현실적으로 보상을 해야 한다"며 "돼지의 경우 500마리 이상 사육농가에 1천400만원이란 한도를 정해 놓았는데, 500마리를 키우는 농장이나 1만~2만 마리를 키우는 농가가 똑같은 보상금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