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카튜샤

"사과꽃과 배꽃이 피었네. 안개는 강물 위에 떠있네. 카튜샤는 강 언덕으로 나왔네. 높고 가파른 강 언덕으로/ 걷다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네. 회색의 초원 독수리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그의 소중한 편지를 가슴에 품고/ 오 노래여, 카튜샤의 노래여. 저 밝은 태양을 따라 날아가 카튜샤의 사랑을 전해다오. 머나먼 국경에서 싸우는 용사에게/ 용사여, 이 순박한 처녀를 기억하기를. 그녀의 노래를 듣게 되기를. 조국을 구하고 카튜샤의 사랑도 지켜주기를."

1938년 미하일 이사코프스키의 시(詩)에 마트베이 블란테르가 곡을 붙인 '카튜샤'(Katyusha)의 노랫말이다. 독소전(獨蘇戰) 동안 소련 인민들에게 애창됐고 붉은 군대에서는 군가처럼 불렸던 이 노래는 소련 인민의 대독(對獨) 항전 의지를 고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런 힘 때문인지 소련군은 스탈린그라드전투 때부터 큰 전과를 올린 다연장로켓포에 같은 이름을 붙였다. 발사 시 요란한 굉음과 오르간을 연상시키는 발사대 레일의 모양 때문에 '스탈린의 오르간'으로도 불린 카튜샤의 위력은 가공스러웠다. 차량이나 선박, 열차 등 모든 운송 수단에 장착할 수 있어 신속한 기동이 가능했다. 각 발사대마다 4㏊의 면적에 4t의 폭약을 한꺼번에 쏟아부을 수 있었다. 또 빠른 속도 때문에 날아오는 것을 소리로 알 수 없었고 어디에 떨어질지 예측할 수도 없었다. 카튜샤의 공격을 받은 독일군 진지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카튜샤는 원래 1939년 개발된 사정거리 8.2㎞의 BM-13로켓을 가리켰으나 이후 일반명사화돼 BM-13의 파생 모델(북한의 방사포도 그 중 하나다)을 포함, 공산권의 모든 다연장로켓을 통칭하는 이름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군이 보유한 다연장로켓을 그렇게 부르기도 했다.

군이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연평도에 다연장로켓포(MLRS) 6문을 배치했다. 이 무기는 1문당 227㎜ 로켓탄 12발을 20초 안에 발사할 수 있다. 이는 축구장 4개 면적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화력이다. 적의 로켓포와 방공부대, 경장갑차, 개별 운송 수단 등의 격파를 목적으로 한 직사화기로 곡사화기인 K-9 자주포와 함께 서해 5도의 전력 비대칭을 상쇄하는 중심 전력이 될 것이라는 게 국방 전문가의 관측이다. MLRS가 우리의 '카튜샤'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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