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말시험만 끝나면 고향갈래요" 중국 유학생들 안절부절

중국 정부가 민간인 사망자까지 낸 연평도 포격 도발을 한 북한 감싸기에 골몰하면서 반중 감정이 일고 있다. 보수단체가 중국을 규탄하는 집회를 여는가 하면 온라인에서도 네티즌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중국의 북한 옹호가 계속되면서 국내 중국 유학생들도 난감한 처지에 놓였고 대만에 친인척이 있는 화교들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반중 감정 악화=한국자유총연맹 회원 1천여 명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의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중국이 연평도를 포격한 북한의 후견인 노릇을 하고 있다"며 "중국은 북한 편들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자유총연맹 대구지부 탁성길 지회장은 "중국은 강대국답게 객관적 입장에서 판단해야 함에도 북한의 입장에 서 있다"며 "민간인이 희생된 이번 도발에 대해 팔짱만 끼고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요 포털사이트 등에는 '6자 회담 제안' 등 북한 관련 중국의 공식 논평에 대해 '상황 인식이 안 되는 중국' '민간인을 죽인 북한이다. 지킬 의리를 지켜라'는 등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대응책을 놓고 분주했던 지난주말 한국을 찾은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의 '무례한' 외교 행보에 대한 뒷말도 무성하다.

◆난감한 중국 유학생=반중 감정이 강해지자 난감한 입장에 빠진 쪽은 한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이다. 중국 본토에서 전화가 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니 기말고사가 끝나면 바로 귀국하라"는 당부 전화가 적잖기 때문.

이 같은 기류는 방학기간 기숙사 체류 학생수에서 드러나고 있다. 계명대에 따르면 올 겨울방학 기간 동안 기숙사에 머물겠다는 중국 유학생 수는 단 5명. 매년 겨울방학마다 30명 안팎이 머무른 것에 비해 대폭 줄어든 수치다. 또 중국 최대의 명절인 설(음력 1월 1일, 내년 2월 3일)을 앞두고 고향으로 가는 유학생들이 대부분이었던 예년에 비해 올해는 기말고사 이후(12월 하순쯤) 귀국하겠다는 학생이 많다고 유학생들은 전했다.

계명대 중국인 유학생 자치회 손욱광(25) 회장은 "중국 정부의 대응 때문에 반중 감정이 생기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며 "한국이 좋아 한국에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지금 같은 상황이 난감하다"고 말했다.

대만에 친인척이 있는 화교들도 "불안하니 대만으로 들어오라"는 전화가 적잖다고 입을 모았다. 화교들은 특히 전세계가 북한을 비판하고 나섰지만 중국만 유일하게 감싸며 억지 편들기에 나선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세붕 대구화교협회 상무는 "화교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감정과 마찬가지"라며 "중국이 시비를 가려 공정한 입장에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함에도 두둔하기 급급한 모양새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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