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승객 준 동대구역 '샌드위치' 됐다

KTX 2단계 개통 1개월…서울 부산 사이에 끼여 단순 경유역 전락

경주에 사는 장근우(18) 군은 수능시험을 마친 뒤부터 논술 시험에 대비해 일주일에 두 번씩 서울 강남의 유명학원에 다니고 있다. 장 군은 "예전에는 서울과 경주를 오가는 일이 조금 벅찼지만 지난달 1일 KTX 2단계 개통과 신경주역 신설에 따라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장 군은 "4시간 걸렸던 서울행이 최대 2시간 6분대로 줄었다"며 "서울 학원가에는 포항, 울산, 대구 등 타지역에서 나처럼 수업만 듣고 내려가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고 전했다.

# 경주 토박이 김정선(52·여) 씨는 지난주 친구들과 신경주역에서 KTX로 서울에 도착한 뒤 쇼핑과 점심을 즐기고 오후 7시 30분 열차로 돌아왔다. 김 씨는 "서울로 쇼핑가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며 "다음 번에는 친구들과 함께 부산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나볼까 한다"고 했다.

지난달 1일 경부고속철도 2단계 KTX(동대구~부산 구간) 완전 개통 이후 KTX역을 낀 대구경북 도시들이 수도권과 부산의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2단계 개통에 따른 효과가 수도권과 부산에 떨어지면서 지역 KTX 역사가 단순 경유역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동대구역에 내리는 승객이 감소하고 있고 당초 관광 특수 등을 기대했던 김천(구미), 경주는 수도권과 부산시민들의 유입은 줄고 외지로 쇼핑 등을 가는 '빨대 효과'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경북 교통전문가들은 KTX 2단계 시대를 대비한 대구경북의 대책 마련을 거듭 주문하고 있다. 부산과 울산이 2단계 KTX 시대를 철저하게 대비한 반면 대구경북은 연구 용역조차 없었다.

30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개통 첫날부터 29일간 서울·부산·동대구역 이용객은 각각 176만2천644명, 101만6천430명, 85만1천712명을 기록했다. 개통 전 같은 기간(10월 1~29일)에 비해 서울·부산역 이용객은 각각 6%, 12.1% 증가한 반면 동대구역은 오히려 13.9% 줄었다.

또 2단계 개통 이후 서울역 KTX 승차고객의 주요 이용역 비율 역시 부산역 31.3%, 동대구역 26%, 대전역 16.5% 순으로 나타나 부산역과 동대구역의 순위가 역전됐다. 개통 이전 동대구역 이용률(33%)은 부산역(30.7%)보다 높았다.

코레일은 "경주와 울산, 포항 등 동대구역에서 환승해야 했던 이용객이 신경주역으로 이동하면서 동대구역 승객이 줄었다. 반면 부산역의 경우 비행기를 이용하던 비즈니스 수요가 KTX에 몰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1일부터 서울~부산 간 직통 열차가 시범 운행되면 부산 이용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1일부터 29일까지 신경주역에서 KTX에 승차한 인원은 모두 6만8천529명으로, 역별 이용객 비율은 서울역 61.3%, 광명역 10.8%, 부산역 9.8%, 대전역 8.3%, 동대구역 0.7% 순으로 나타났다. 신경주역에서 승차한 100명 중 70명은 수도권에서 하차한 것으로 나타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에 따르면 KTX 2단계 개통에 따라 경주민의 부산 활동 비중 역시 개통 전 4%에서 10%로 2.5배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 남부권 역외 환자의 부산 유입 또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관광업계 역시 수혜를 입게 된다는 것.

대구경북연구원 곽종무 박사는 "빨대효과에 대한 특별한 방안으로 타 도시보다 앞서 있는 강점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특화해야 한다"며 "'메디시티'를 선언한 대구의 경우 의료 수요를 늘릴 방법을 하루빨리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