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 구제역, 전파속도 빠른 'O'형 바이러스

동시다발 확산우려…고기 수요 많은 연말 축산농가 '피해 두배'

'문 닫은 영천가축시장' 안동서 발생한 구제역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가축시장이 일제히 폐쇄됐다. 1일 오전 영천축협 직원들이 영천가축시장 입구에 휴장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안동시 와룡면 서현리 서현양돈단지에서 돼지 구제역, 서후면 이송천리 한우농가에서 소 구제역이 잇따라 발생하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구제역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관계기사 6.9면

이에 따라 한·육우 22만8천여 마리, 젖소 5천700여 마리, 돼지 39만5천여 마리를 사육해 경북에서 최대 축산지역으로 꼽히는 경북 북부지역 축산업이 이번 구제역 사태로 붕괴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영양군 일월면 도계리 한우농장에서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인 한우 29마리는 일단 구제역이 아닌 것으로 판정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일 오전 "검역 당국의 검사 결과 구제역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9일과 30일 안동의 돼지 사육농가 2곳과 한우농가 1곳에서 각각 구제역이 발생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30여km나 떨어진 영양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되자 구제역 확산을 우려하며 긴장했다.

영양에서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인 한우가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 속도가 빠른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안동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 구제역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안동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가 지난 4월 경기도 김포와 강화 등지에서 발생한 바이러스(A형)보다 전파 속도가 빠른 'O형'으로 밝혀지면서 구제역 확산이 가속화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에 대해 감염경로 등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는 농식품부와 안동시는 30일 구제역 발생 돼지 농장 두 곳 중 한 곳의 주인이 11월 초에 베트남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안동시 한 관계자는 "농장 주인이 지난 11월 3일부터 7일까지 베트남을 다녀온 것과 14일간의 바이러스 잠복기간, 확진 판정까지의 시일을 계산하면 날짜가 맞아떨어진다"며 "베트남은 구제역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이기도 해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구제역이 확정된 돼지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O형으로 판명됐다"며 "이는 올해 초 베트남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귀국 후 5일 동안 농장 출입을 금지하라는 정부의 방역 지침과 달리 이 농장 주인의 농장 출입은 통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염경로 파악에 나선 관계 당국이 이 같은 사실을 구제역 확진 이틀 만에 확인한 것을 두고서 늑장대책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구제역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경북 북부지역 축산농가들은 이번 구제역 사태로 인해 축산업이 초토화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북부지역 축산 농민들은 "살처분을 하고 나면 앞으로 원상복구하는 데 2년은 걸릴 것"이라며 "김장철인데다 송년회가 있어 돼지와 쇠고기 수요가 많은 연말연시를 앞두고 구제역을 당해 손해가 더 크다.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날아가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구제역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는 공무원들의 과로·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안동시청 K(행정 7급) 씨는 1일 오전 4시 안동시 녹전면 사천방제초소에서 근무하다가 의식을 잃어 입원했으며, 이에 앞서 30일 공무원 K(여·복지 8급) 씨가 녹전면 서산초소 옆 다리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영양·김경돈기자 kdon@msnet.co.kr 안동·권동순, 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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