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일제 강제동원,그 알려지지 않은 역사(김호경'권기석'우성규 지음/돌베개 펴냄)

민초들의 수난사 왜 역사는 외면하나

우리는 일제시대 강제동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저 유명한 일본 우토로의 사람들은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조선인의 슬픈 역사를 상징한다.

미흡하지만 강제징용에 대한 조사 기록도 나와 있고, 문학적으로 징용을 문제 삼은 작품도 있다. 채만식의 단편소설 '논 이야기', 하근찬의 단편소설 '수난 이대'에서도 강제동원의 피해와 아픔을 기록하고 있다. 강제동원됐다가 천신만고 끝에 살아 돌아온 노인들의 이야기도 종종 들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존재하는데 가해자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일본 전범기업들이 주도한 강제동원에 대한 기록이나 조사가 극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안중근도 알고 김구도 알고 조선의열단도 안다. 그러나 힘없이 스러져간 수백만 명의 강제동원의 역사를 알지 못한다. 한일합방에 반대한 열사의 비장한 자결에 대해 알지만 전 민족의 비참한 수난에 대해서는 모르거나 무심하다. 위안부 동원과 징병 등에 관해서는 그나마 기록이 있는 편이지만 징용 부분에 대해서는 기록도 부족하고, 국민적 관심도 매우 적다. 특히 강제동원과 착취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오늘날까지 대기업으로 승승장구하는 일본 기업들도 많지만, 그들에 대한 분명한 기록은 드물다.

이 책 '일제 강제동원, 그 알려지지 않은 역사'는 65년 전 일본 홋카이도에서부터 러시아 사할린까지, 일본 본토의 탄광에서 남양군도까지 조선인 노무자를 강제로 동원하고 작업시키고, 죽게 하고 다치게 했던 작업장을 중심으로 한 현장 르포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의 침략 전쟁에 동원된 조선인 노무자는 연인원 600만∼700만 명. 이 중 10만∼20만 명, 많게는 50만 명이 작업장에서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인간적인 대접 속에 다치거나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은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그들에 대한 조사는 극히 미흡했다. 여기에는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와 입으로는 '양국 간의 미래를 열어 나가자'고 하면서도 과거사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일본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1939년경, 일본 대기업들은 침략전쟁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군수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다. 대기업들이 고용한 브로커들은 조선 현지로 나와 모집 활동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노무자 인솔부터 작업장 관리까지 기업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지은이들은 조선인 강제 동원지로 알려진 나가사키 조선소, 미쓰이 탄광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일본 기업들이 강제동원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실증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증언과 자료를 찾는 데 주력했다.

책은 대표적인 강제동원 기업으로 군수산업의 대명사였던 미쓰비시, 극우 진영과 결탁한 미쓰이, 군국주의 배후 조종자 스미토모 등 3대 재벌기업과 근로정신대 징용의 주범 후지코시, 아키타현의 대표적 전범기업 도와홀딩스, 탄광 잔혹사의 대명사 아소광업, 공포의 노예 노동으로 유명한 북해도 탄광기선 등을 들고 있다. 이외에도 조세이 탄광, 도요공업, 오지제지 등 다양한 기업의 사례를 밝히고 있다.

책은 총론과 본론 4부로 구성돼 있다. 총론에서는 조선인 강제동원의 방식과 유형, 과정, 실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사례 등을 설명한다. 1부와 2부는 일본 본토의 강제동원지 현장을 취재한 글들을 기업별로 묶었다. 3부에서는 일본 본토 외의 강제동원지인 남양군도, 사할린 등에 대한 현장 취재와 국내 동원, 유골 반환 등을 다루고 있다. 4부에서는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일본 정부와 기업 간의 피해배상, 미불임금 보상에 대한 소송 투쟁의 역사를 짚고 있다.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지은이들은 "과거에 대한 피해의식 차원이 아니라, 역사의 퇴행을 막기 위한 작은 안전장치로서 이 책이 보탬이 되기를 소망한다. 피해자가 기억하고 가해자도 기억해야 진정한 화해가 가능하고 미래도 열린다"고 힘주어 말한다. 574쪽, 2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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