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구(80·대구시 수성구) 씨는 지난달 29일 오전 친구들과 동대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포항으로 나들이를 가려다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 씨는 포항역으로 향하는 무궁화호를 찾았지만 지난달까지 가끔씩 이용했던 열차편이 시간표에서 사라진 것. 이 열차편은 노인 할인요금(3천800원)이 적용되는 데다 추가로 500원을 더 할인해주는 경로우대차량 칸(1량)이 달려 김 씨와 같은 노인들이 애용하던 열차편이었다.
김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동대구역에서 포항역까지 가는 새마을호를 타려했지만 요금이 6천100원이나 하는 데다 그마저 오후에 출발하는 두 편밖에 없어 나들이를 포기했다.
김 씨는 "포항에서 오후 4시 15분 대구로 오는 무궁화호도 추가 할인이 돼 노인들은 1만5천원 정도만 있으면 점심까지 해결하면서 하루 나들이를 할 수 있었다"며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던 열차편을 갑자기 없애 당황스러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코레일이 지난달 1일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 이후 KTX 운행은 늘리면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배차를 대폭 축소, 이용객들은 철도의 공공성을 외면한 채 서민의 발이 되고 있는 열차편만 줄여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코레일 대구본부에 따르면 열차 배차 시간 조정 이후 동대구역에 정차하는 KTX는 102회(왕복 기준)에서 120회로 늘어났으나 새마을호는 42회에서 34회로 줄었다. 동대구역~포항역 구간 무궁화호 역시 20회에서 4회로 대폭 축소됐고, 동대구역~구미역 구간도 당초 54회에서 1회 줄었다. 동대구역~서울역 기준 KTX 요금은 3만8천400원이지만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이보다 훨씬 싼 2만9천100원과 1만9천600원이다.
이에 대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권선택(자유선진당) 의원은 코레일이 KTX 배차는 매년 늘리고 나머지 열차 배차는 줄여 운임이 비싼 KTX 이용을 사실상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고속철도 개통 첫 해인 2004년 KTX의 여객 분담비율은 전체 여객수송의 40.7%에 불과했지만 매년 배차 비율을 높인 결과 지난해는 55.8%까지 늘어난 반면 배차가 준 새마을호, 무궁화호는 각각 13.7%에서 9.6%, 42.9%에서 33.7%로 줄었다"며 "공기업인 코레일이 수익성만을 이유로 KTX 이용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대구본부는 "동대구역~포항역 무궁화호 노선만 해도 2008년 23만3천명, 2009년 20만2천명, 2010년(10월 현재) 16만8천명으로 이용객 수가 줄어들어 배차 조정이 불가피했다"며 "공기업이지만 적자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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