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뮤지컬 들여다 보기] 뮤지컬 한류

뮤지컬에 부는 한류 바람, 일본 넘어 중국까지

지난 여름, 일본의 공연 제작자들이 뮤지컬 공연을 보기 위해 대구 공연장을 찾았다. 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 제작하는 방식으로 내년 연말 일본 공연을 추진 중에 있는데, 공동제작사로 참여하게 될 일본 관계자들이 직접 작품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는 체코 뮤지컬이 원작이지만 한국에서 재해석하고 수정한 한국어버전을 일본에 다시 수출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지금도 일본에서 상당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안재욱과 신성우가 있다.

서울 공연 때는 일본의 각 지역 팬클럽에서 보낸 화환들이 공연장 로비를 가득 채우고 수천 명의 일본팬들이 한류스타가 출연하는 뮤지컬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아 여전한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제작사는 일본의 인터넷 예매사이트를 통해 티켓판매를 실시하고 일본어 자막 서비스를 하는 등 일본 관객을 위한 서비스도 강화했다. 외모가 특이해서 '백발마녀'라는 애칭을 얻은 중년의 일본 여성팬은 아예 한국에 장기체류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공연을 전회 관람하기도 했다. 대구 공연에도 30~40명의 충성도 높은 일본팬들이 다녀갔다. 이제 한류스타가 출연하는 뮤지컬 공연장에서 일본이나 중국 관객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06년 일본 공연이 열도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자 뮤지컬 한류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예견되어지다가 최근들어 본격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배우 강지환을 앞세운 뮤지컬 이 도쿄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고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쇼 케이스를 연 뮤지컬 도 일본과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창작 뮤지컬 와 는 라이선스 방식으로 일본에 수출되기도 했다. 한류 열풍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드라마 도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이미 2006년 일본에서 첫 선을 보였던 작품을 업그레이드시켜 12월 말 국내 공연을 시작으로 뮤지컬 한류에 다시 도전하게 된다.

뮤지컬 계에 한류 바람이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동력은 역시 한류 스타들의 뮤지컬 계 진출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과 열정적인 연기 등 한국 뮤지컬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더해져 한국어로 공연되는 뮤지컬을 보기 위해서 해외팬들이 바다를 건너 찾아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한국배우의 가창력은 아시아 최대 뮤지컬기업인 시키(四季)극단에 한국 배우 30여 명이 주'조연급으로 활약하고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앞서 다른 분야의 한류 열풍에서 보듯이 우리 국민과 정서적인 공감대 형성이 쉽다는 것도 뮤지컬 한류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국내 뮤지컬 제작환경의 변화도 뮤지컬 한류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2002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오던 국내 뮤지컬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제작자들이 새로운 돌파구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제작자 입장에서 한국 시장의 10배에 가까운 일본시장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중국시장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뮤지컬 제작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와 한국 뮤지컬에 대한 자신감을 해외 마케팅과 연결한 경우 보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뮤지컬 한류에 대한 조심스런 시선도 있다. 뮤지컬 한류를 이끄는 것이 아직까지는 한두 명의 한류스타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때 한류가 붐을 일으키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도 결국은 콘텐츠의 완성도에 있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뮤지컬 한류가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드라마와 연예계에 이어 '한류'의 영역을 뮤지컬로도 넓혀 나간다면 한국 뮤지컬과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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