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광고대행사 ㈜MBAD의 이상우(43) 미디어본부장은 업계에서 만물박사로 통한다. 질문을 던지면 답이 '툭' 나온다. 예상한 대로 얼리어답터(남들보다 신제품을 빨리 구입해 쓰는 소비자)이기도 한데 기자 앞에서 한참을 휴대전화만 쳐다봤다. "업데이트 중"이라며 그 시간을 신성시하는 느낌이었다.
이 본부장은 원래 방송쟁이(?)였다. 대학 졸업 직후 MBC프로덕션 공채 1기로 방송계에 입문, 5년 뒤 연봉 2배를 제의받고 한보그룹의 한맥유니온프로덕션으로 옮겼다. 시인 고은과 함께 한 티베트 여행 다큐멘터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했다. "인천에서 출발해 상하이, 시안, 실크로드, 돈황, 만리장성 등 중국대륙을 횡단했죠. 그땐 정말 신체포기각서까지 써놓고 취재하던 때였습니다. 하하."
케이블이 나오면서 방송이 '폭발'했다. 하지만 곧 한보사태와 IMF 구제금융으로 업계 전체가 어려워졌다. 케이블업계로 옮겼고 동아TV, 아리랑TV 등에서 활동했다. 방청객이었던 한 여성을 즉석에서 데뷔시켰는데 그가 바로 지금은 톱스타인 배우 김정은 씨란다. 유니온프로덕션이라는 자신의 회사도 차렸다. '아시아 식도락 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은 '좋은 콘텐츠상', '올해의 프로그램상'을 받았고 해외에 수출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일은 점점 힘들어졌고 최근 광고업계로 출구전략을 찾았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내 사회생활은 그야말로 부침(浮沈)개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특히 이 말이 귀에 와 박혔다. "인터넷이 없을 때 우리가 어떻게 교양정보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 아세요? 신문 네다섯 개 훑고, 은행 가서 잡지 뒤져 읽고, 더 필요한 자료는 국·공립도서관부터 국회도서관까지 가서 찾았어요. 하이텔, 천리안요? 그땐 인터넷에 아무것도 축적돼 있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판기에서 툭 떨어지는 게 정보인데 그때보다 낫다고 생각되는 프로그램이 왜 없을까요?"
요즘엔 열정도 낭만도 과거에 비해 달린단다.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얘기도 나왔는데 "어학, 문서 처리 능력, 디지털 마인드, 디지털 사용 능력 등은 월등히 뛰어난데 일 잘하는 느낌이 없다"고 했다. 문제의식이 없고 열정이 부족한데다 막히면 뚫고 나가는 '무식한 돌파력'도 찾기 힘들다면서.
고향 대구에 대해 물었다. 그는 "겉은 많이 바뀌었는데 속은 달라진 게 없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친구는 의사나 판·검사 등 전문직 자녀, 북성로 공구골목 등 자영업자 자녀, 섬유업계 종사자 자녀로 나뉘어 있었다. 그런데 동창회 모임에 가보면 가장 성공한 친구들이 바로 자영업자의 자녀란다. "먹고살아야 할 것을 고민하는 '대도시'가 바로 대구"라며 "고향 생각하면 웃을 수만은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이 본부장은 대구 출신으로 효성초, 대건중, 상문고,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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