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년 지나도 건재한 거목, 캐프신화 지켜보세요

車와이퍼 국내 점유율 70% 대기록…캐프그룹

캐프그룹 고병헌 회장
캐프그룹 고병헌 회장

"기업은 마을 어귀에 묵묵히 서 있는 나무와 같습니다.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로 주민들의 쉼터가 돼주고 가을에는 과실을 맺어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아름드리 나무 말입니다. 그 나무는 잔가지를 땔감으로 내 주고 나중에는 몸통까지 던져 온돌방을 지펴주기도 합니다. 캐프그룹도 지역의 큰 나무가 되겠습니다."

캐프그룹 고병헌 회장은 "이미 자동차 와이퍼 시장은 포화상태고 이것만 갖고는 캐프의 역사가 100년 이상 지속될 수 없다"며 "2020년 매출 10조원을 넘어 국내 30위권 기업에 진입하려면 미래의 먹을거리를 찾아 동분서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캐프의 사회적 책무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4無 경영

캐프에는 4가지가 없다. 정년이 없고, 비정규직이 없고, 신상필벌에서 벌이 없고, 성 차별이 없다. 그러나 4無는 한 가지를 창조했다. '주인의식.' "머슴대우를 하면서 백날 주인이라고 강조하면 안 됩니다. 직원들을 주인으로, 오너로, 만들어줘야 합니다." 고 회장이 창안한 '4무 경영'은 11년간이나 한해 40% 이상 고속 성장을 하고 자동차 와이퍼 국내 점유율 70%란 대기록으로 이어졌다. 특히 해외 지사의 경우 일류 대기업 임원들까지 캐프로 넘어오게 만들었다. 연봉과 복리후생면에서는 대기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정년이 없는 탓에 불확실성이 없는 게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한 것. 인간미 넘치는 사내 분위기도 캐프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고 회장은 "회사를 세운 지 15년이 흘렀지만 매년 40%대의 성장을 해 왔고 어떤 해는 65%를 웃돌 때도 있었다"며 "국내외에서 직원들이 자기회사처럼 열심히 일하고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을 개척해 줬기에 오늘날 캐프의 신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 경영

고 회장은 캐프를 100년이 훨씬 지나서도 건재한 거목으로 키워나가는 게 꿈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캐프의 기업 목표는 영원히 생존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는 거다. "기업이 영원히 살려면 계속 성장을 해야 되고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변화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2020년 매출 10조원을 달성, 국내 30위 기업 안에 들어가겠다는 단기(?) 목표를 세우고 있다. 올해 매출이 벌써 1천260억원을 넘어섰고 내년에는 2천억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돼 꿈은 이뤄질 거란 게 고 회장의 생각이다. 2012년엔 기업공개를 통해 30대 그룹 진입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가능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실제로 100년 기업 계획은 순항이다. 일본 와세다, 미국 UCLA 출신 등 우수한 인재 영입은 물론 최근에는 IT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특히 대구공장, 광동캐프, 경남 창녕에 이은 캐프의 4번째 공장인 상주공장은 캐프의 100년 경영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대지면적 8만2천600㎡, 건평 2만545㎡ 규모의 상주공장은 지반강화를 위해 610개 이상의 고강도 파일과 1천t에 달하는 철골을 사용, 단일 와이퍼 공장 중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내구성 면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또 공장 내부를 개방형으로 구조화하고 높게 설계함으로써 생산능력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 나갈 수 있게 했다. 고 회장은 "일본에는 100년 이상 된 기업이 6만5천 개가 있고 그 중 3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도 2만5천 개가 넘는데 반해 한국은 100년 넘은 기업이 단 2개에 불과하다"며 "그 만큼 한국 기업은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위기가 닥쳤을 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약하다는 방증이다. 한국 기업도 당장 눈앞의 이익을 쫓지 말고 탄탄한 기업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눔 경영

캐프의 인재상은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다. 인간미는 겸손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이를 말한다. 고 회장은 인간미 넘치는 사람은 메아리와 같다고 설명했다. 고함은 지른 만큼 메아리가 돌아오듯이 베푼 만큼 인간미도 흐른다는 것. "산 메아리는 크게 소리를 지르면 크게 오고 작게 하면 작게 옵니다. 더하고 빼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인간미도 항상 주위를 돌아보고 봉사를 할 때 돌려받는 겁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캐프는 끊임없이 안팎을 돌보며 나눔의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안으로는 정년은 없지만 사원들의 신체 정년을 대비하고 있는 등 복리 후생에 힘쓰고 있다. 나이가 들고 몸이 쇠약해져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할 상황에 놓인 직원들을 위한 캐프 실버타운과 캐프 안심 노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 고교생 자녀를 둔 사원을 위해 학자금 지원제도를 만들었고, 개인별 주택지원자금을 저리로 융자해 주고 있다. 회사 밖을 돌보는 데도 힘쓰고 있다. 매달 홀몸 노인 30여 명을 대상으로 쌀 보내기 운동을 해 나가는 데다 캐프 봉사대를 발족해 궂은 일을 도맡아 해오고 있다. 고 회장은 "100년, 200년 이상 세월 동안 캐프가 존재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며 "그 출발점이 바로 나눔"이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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