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역용 생석회, 왜 적게 뿌렸나?…"포대 자를 칼이 없어서"

통제초소 모두 뚫리고 소독기계엔 물 못채워 "안동 곳곳 패닉 빠진듯"

"한마디로 암울한 상태다. 청정 안동 한우 브랜드는 10년이 지나도 회복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통제초소 곳곳에서 허술함이 나타나는 등 안동지역이 패닉 상태다."

2일 구제역 발생지역인 안동으로 긴급 파견된 유재명 행정안전부 재난대책팀장은 5차 구제역 발생과 12농가에서 의심 가축을 신고하는 등 빠른 속도로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지만 방역대책은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날 저녁에 가진 대책회의에서 유 팀장은 "어떤 통제 초소에서는 도로에 생석회를 1m 정도 흩뿌려 놓고 있었다. 5~10m 정도를 뿌려놓으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생석회 포대를 자를 '칼'이 없다는 것이었다"며 어처구니없어했다. 특히 "농가들은 생석회를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도로 통제소에는 50여 포의 생석회를 그대로 쌓아놓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통제 초소마다 소독도 제대로 않은 채 모두 뚫려 있었다"면서 "일부 초소에서는 경찰과 군인이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으며 밖에서는 동네 아주머니 2명이 물이 떨어졌다며 방역에 손을 놓고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초소에서는 소독 기계를 설치해 두고도 연결 호스가 짧아 물탱크에 넣지 못한 채 넋을 놓고 있었고, 근무자들은 '기계설치 업체에 전화하니까 호스는 안동시가 알아서 설치하라며 떠났다'고 변명했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유 팀장은 "어떤 초소에서는 경찰과 군인이 없는 가운데서도 동네 아주머니 2명이 호스를 옆 개울에 넣어 설치하고 철저하게 소독하고 있었다"면서 "안동시가 자원봉사단체의 협조를 얻어 초소 근무에 도움을 얻고 직원들을 매몰 현장에 투입하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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