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개설된 경북대와 영남대 법대생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전임 교수들이 로스쿨 수업을 겸하면서 법대의 전공 수업이 줄어들고, 법대 건물 일부를 로스쿨에 빼앗기면서 열람실이 사라지는 등 법대생들의 교육권 침해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 이 때문에 경북대 법대생들은 수업거부 찬반 투표를 실시, 수업 거부를 결정했다.
◆사라지는 전공 수업
1일 오후 경북대 법대 1층 로비. 건물 입구와 강의실 복도 곳곳에는 '법학부 단체 행동'을 알리는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경북대 법학부 학생회는 지난달 17일부터 이틀간 법학부 학생을 대상으로 '집단 수업 거부 및 강의실 폐쇄'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전체 602명의 학생 중 311명이 투표에 참여, 73.6%에 달하는 22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에 학생들이 이런 결심을 한 데는 로스쿨 도입 이후 법대생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해서다.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전공 수업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경북대 법학부 2006학번 A(24) 씨는 "어차피 사라질 법학부를 학교가 내버려두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복학을 한 뒤 재수강을 하고 싶어 수업을 찾아봤는데 아예 보이지 않더라"고 말했다.
영남대 법학부 B(22) 씨는 "1학년 때 들었던 법학개론과 민법총론 등은 언제 개설될지 알 수 없다. 강사 선생님들의 수업이 늘고 교수님들은 로스쿨 수업에 매진하는 등 수업 선택의 폭이 크게 줄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북대와 영남대의 법학부 전임교수는 각각 37명과 27명으로 모두 로스쿨 수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로스쿨 입시철이 되면 휴강이 잦아진다.
영남대 법학부 여승현 전 회장은 "지난해 2학기에는 로스쿨 입학을 담당하는 교수님 몇 분이 2주 동안 학부 수업을 했다. 법학부 학생들의 수업이 뒷전으로 밀려나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열람실 사라지고 휴학도 맘대로 못해
법학부 건물 일부가 로스쿨로 편입되면서 법대생을 위한 열람실이 없어지기도 했다.
경북대는 지난 2008년 법대생 전용 열람실을 통째로 없앴다. 법대 건물 4, 5층이 로스쿨로 편입됐기 때문. 경북대 법학부 C(24·여) 씨는 공부할 공간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북대 사법시험 준비반 독서실 '청운재'는 학생식당 4층으로 밀려났다. 법학부 D(27) 씨는 "학부 건물과 동떨어져 있는 이곳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학교마다 각기 다른 법학부 폐지 기간도 문제다. 경북대가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임시 법학부 과정 교육계획'에 따르면 2016년 2학기까지 법학부를 존속할 것이라 밝혔지만 영남대는 2014년 2학기까지다.
하지만 영남대 법학부 학생들은 2014년까지 재학생 모두가 졸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항의하고 있다. 이 학교 07학번 E(24) 씨는 "휴학을 하고 다른 공부를 하고 싶지만 2014년 안에 졸업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휴학을 할 수 없다"며 "제한된 졸업 기간 탓에 장기 어학연수는 꿈도 꿀 수 없다"고 했다.
◆'보호막'없는 법대생
2009년 3월 로스쿨을 개원한 학교는 관련 법률에 따라 법학부를 폐지해야 한다. 하지만 학과가 사라지는 법학부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어떠한 대책도 없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법학부 교육권 문제는 학교와 학생 양자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각 학교가 학칙을 바탕으로 슬기롭게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 법률로 세세하게 권리 하나하나를 보장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경북대 법학부 이건구 부회장은 "우리가 로스쿨 폐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평등하게 수업받을 권리를 외치는데 이마저 외면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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