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의 전유물이었던 모피(fur)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 될 겨울 아이템이 됐다. 토끼털과 너구리털 등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비교적 주머니가 얇은 젊은 층도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늘어난 덕분이다. 가격도 수백만원이 넘는 고가에서 10만~20만원대 저렴한 제품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고 있다.
대구백화점 본점과 프라자점의 모피 브랜드들은 지난해 매출이 70% 이상 신장한 데 이어 올겨울 들어서만도 벌써 지난해 대비 30~40% 이상 매출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올 들어 35% 매출 증가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 이는 올겨울이 예년보다 추울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모피가 갈수록 대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모피 제품' 하면 재킷, 코트 등 겉옷을 가장 먼저 떠올렸지만 요즘은 장갑, 머플러, 케이프, 레그워머 등 다양한 소품들에도 사용되고 있다.
◆추운 겨울, 퍼부츠의 귀환
예년보다 빨리 다가온 겨울 추위에 패션 아이템을 준비하는 여성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추운 날씨에 체온은 유지하고, 스타일을 살려줄 만한 아이템은 단연 부츠다. 그 중에서도 올 겨울엔 럭셔리한 퍼 부츠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 인기 연예인들이 퍼 부츠 스타일링을 선보여 퍼 부츠의 인기를 실감케 하고 있다. 퍼는 부츠 디자인에 따라 캐주얼하게, 또는 화려하게 매치할 수 있어 스키니 진은 물론 짧은 스커트에도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매 시즌마다 다양한 스타일의 부츠를 출시하는 대백프라자의 이태리 슈즈 브랜드 '아쉬'(ASH)는 올 시즌 풍성한 래빗(토끼) 퍼로 장식된 히든 웨지힐 부츠를 선보였다. 특히 이번 시즌엔 빈티지 워싱 처리된 가죽소재가 굽 전체를 감싸는 디자인으로 출시돼 한층 더 고급스럽고 세련돼 보이는 것이 특징. 풍성한 퍼와 세련된 히든 웨지힐의 결합으로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섹시하게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금강제화에서는 이번 시즌 트렌드인 로맨틱 밀리터리의 영향으로 끈을 묶어 올리는 레이스업 워커에 끝 부분에 퍼가 결합돼 강렬하면서도 사랑스런 여성의 분위기를 풍기는 퍼 부츠를 출시했다. 신고 벗을 때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옆 지퍼를 달아 편리함을 더했다. 레이스업 워커는 슬림 디자인으로 레깅스나 여성스러운 스커트 패션에도 무난히 잘 어울린다.
한 제품으로 두 가지 스타일을 내는 투웨이 아이템도 있다. 금강제화는 퍼의 유행에 따라 평소 신던 슈즈들을 퍼 아이템으로 변신시켜주는 '투웨이 워머'를 선보였다. 짙은 브라운과 블랙 컬러로 구성돼 그 날의 의상에 따라 펌프스나 부츠 등에 탈·부착할 수 있어 새로운 느낌으로 연출이 가능하다. 부드러운 토끼털을 사용해 고급스럽고, 앞뒤로 묶을 수 있어 다양하게 스타일링할 수 있다.
◆퍼 소품 하나면 나도 패셔니스타
최근 백화점 매장에서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은 털 목도리 상품이다. 인터넷에는 일명 '송혜교 머플러'가 큰 인기를 끌면서 관련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송혜교가 착용했다는 '세이블 머플러'는 보통의 여성들에게는 밍크코트는 못 사도 이것만은 꼭 갖고 싶다는 머스트 해브(Must-have) 아이템이다.
올해 퍼 목도리 키워드는 도톰함과 풍성함이다. 소재도 밍크털, 여우털, 토끼털 등 다양하고 색상도 블랙, 브라운에서 벗어나 화이트, 그레이 색상 등 특정 연령층에 상관없이 어울릴 수 있는 아이템으로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루이까또즈 머플러 박기연 숍매니저는 "밝은 색 퍼를 트리밍한 넥 워머는 얼굴을 작고 화사하게 연출해주고, 짧은 길이의 볼륨감이 적은 퍼 머플러는 목을 한 번만 감기 때문에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다"고 했다.
모피 소재의 머플러는 연말 선물용으로 선호되는 아이템. 5일까지 이어지는 세일 기간에 구매를 해 두면 조금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밍크·여우털 소재가 20만~30만원대, 토끼털 소재 제품은 15만~18만원이다.
워낙 모피가 패션 트렌드가 되다 보니 올해는 가방과 핸드백 등에도 퍼를 이용한 제품이 눈에 띈다. 동아백화점 닥스 매장에서는 럭셔리 라인을 통해 아나콘다 가죽에 밍크 퍼를 이용해 포인트를 준 핸드백과 여성 지갑을 내놓고 있다.
퍼 장갑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얻을 수 있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예년에는 소가죽이 인기였지만 올해는 양가죽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돼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다. 소가죽의 단단하고 질긴 느낌보다는 부드러운 양가죽이 활동적이고 캐주얼적인 감각을 강조하는 요즘의 패션 트렌드에 더 부합하기 때문이다. 가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내피를 극세사로 만들어 보온성을 향상시켰다.
올해는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손가락 끝이 없는 암워머 스타일의 장갑 제품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경우 사람의 몸에 흐르는 전류를 인식하는 정전식이다 보니 장갑을 끼고서는 사용할 수가 없다"며 "이런 불편을 막기 위해 손가락이 없는 장갑들이 인기"라고 밝혔다.
동아백화점 수성점 여성의류팀 김성민 팀장은 "몇 년째 퍼를 소재로 한 제품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는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도 슬림한 디자인과 섹시한 색상으로 강렬한 포인트를 연출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라며 "여성의 순수한 매력보다는 지적이고 이기적인 매력을 연출하는 올겨울 패션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올해 유난히 퍼의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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