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25일부터 12월 10일까지 16일간은 '여성폭력 추방주간'이다. 여성폭력 추방주간은 1961년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정권에 항거하다 살해당한 세 자매를 추모하기 위해 1981년 '세계여성폭력 추방의 날'이 제정된 후 1991년 미국 뉴저지주 여성국제지도력센터에서 여성 운동가들이 11월 25일부터 12월 10일까지 16일간을 '여성폭력 추방주간'으로 선포한 것에 유래한다.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여성 상위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가정에서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이 있으며 심지어 살해당하는 여성들도 있다.
(사)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된 여성은 70명으로 나타났다. 2009년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 분석 결과 가해자가 남편이나 남자친구인 사건은 전체 82건이었고, 이 중 살해된 여성은 70명으로 나타났다. 46명은 남편에 의해, 24명은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된 것. 아내 대신 가족을 살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녀, 친정 부모 등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정폭력의 피해 유형은 신체적 학대, 성적 학대, 정서적 학대, 경제적 학대로 나눌 수 있다. 2007년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에 의하면 한국 가정의 폭력 발생률은 50.4%로, 두 가정 중 한 가정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했다고 한다. 정서적 폭력이 46.2%로 가장 심했고, 그 다음으로 신체적 폭력이 30.7%였다. 신체적 폭력과 함께 심각한 가정폭력으로 분류되는 성적 학대도 9.6%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성폭력상담소 및 보호시설 등 운영실적 보고에 따르면 대구는 전체 상담 내용 중 가정폭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62%로, 2008년 52%에서 증가했을 뿐 아니라 전국 평균 43%보다 훨씬 높다. 지역에서 가정폭력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1998년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됐지만 현장에서는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실무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가해자 교육에 많은 힘을 쏟고 있어 정작 피해자들이 받는 도움은 적다는 지적이다.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가정폭력이 발생해 신고해도 20% 정도는 경찰이 신고 접수를 받지 않고, 설사 벌금형 등의 처벌을 받아도 이혼을 하지 않는 한 그 부담은 고스란히 피해 여성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가해자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가정폭력방지법에 의해 많은 가해 남성들이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가해자 교육이 일회성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정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상담을 다수 맡았던 '마음과마음 정신클리닉' 김성미 원장은 "가해자가 알코올 중독이나 각종 유형의 인격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해자 10명 중 1명 정도가 교정의 여지가 겨우 보이는 정도로 교육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질병을 가진 경우 교육과 치료의 병행이 필요하다는 것.
실무자들은 피해자에 대한 쉼터와 상담 지원 등 각종 지원은 가해자 교육 지원에 비해 오히려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피해자를 쉼터로 보내야 하지만 수용이 안 돼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특히 어린 아이가 딸린 경우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부부간의 폭력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영남가정폭력상담소 박경규 소장은 "폭력이 지속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 문제 행동이 나타난다"면서 "남자 아이들은 억압된 감정으로 아버지에게 직접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고 여자 아이들은 주로 가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지원이 마련돼야 하지만 정작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구지역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체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대구여성가족정책연구센터 임현희 연구원은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임대주택 지원과 우선 입주권을 제공하는 주거지원사업이 전액 국비보조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는데도 대구에는 전혀 시행이 안 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폭력이 시작되면 초기에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폭력의 속성상 강도와 빈도가 점점 강해지는데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황폐하게 만들기 때문에 초기에 근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일단 뺨 한 대라도 폭력이 시작되면 경찰에 신고하는 식으로 강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가정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112 등 경찰에 신고하거나 여성긴급전화 '1366' 등을 이용하면 가정폭력 전문기관으로 연결해준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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