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Dance). 언뜻 생각해도 흥겹고 신난다. 때론 슬픔을 승화시키는 춤도 있다. 조지훈의 승무(僧舞)라는 시도 있지 않은가.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사뿐사뿐 조심조심 하늘하늘 추는 이 춤은 하늘과도 맞닿아있는 듯한 춤이다. 전 세계 어딜 가나 춤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우리 생활과도 맞닿아 있다. 쌈바(브라질), 플라멩코(스페인) 등은 춤이 나라를 연상시킬 정도. 대한민국도 전통 탈춤이 있고, 아리랑 춤도 있다.
현대를 사는 우리의 생활 속에 들어있는 춤은 이렇다. 어릴 적 짝꿍과 손잡고 설레며 추는 포크 댄스를 시작으로 나이트클럽 댄스에서 노래방 막춤, 전문 춤꾼들 그리고 춤바람이 난 중년의 지루박 댄스. 그도 모자라 환갑을 훌쩍 넘긴 노인들의 춤클럽인 콜라텍까지 이어진다. 춤을 어렵게 접근해선 안 된다. 마음의 표현이다. 가끔은 흥겨워 절로 몸이 리듬을 타는 것조차 춤의 첫 발걸음으로 보는 전문가적 견해도 있다. 대한민국 춤의 세계로 들어간다.
◆'맘마미아'와 '스타돔', '호박'을 가다
그래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춤추는 공간은 나이트클럽이다. 술 마시다 발동이 걸린다. "오늘 노래방도 그렇고 하니 나이트 한번 갑시다." 이렇게 발길은 나이트로 향하게 된다. 맘껏 춤추다 또 맘에 드는 이성과 추는 블루스 타임이 반복된다. 더러 눈요기도 즐긴다. 혹시나 '골뱅이'(@·술 취한 여성을 이르는 속어)를 찾아나선다면 '아서라'.
주 5일제 근무는 클럽의 요일 문화도 많이 바꿔 놓았다. 금·토요일이 피크 타임(Peak time)이 아니다. 목·금요일에 춤꾼들이 더 많이 모인다. 지난달 말 수성구 유명 나이트클럽인 '맘마미아'에 들어서자 젊은 여성들이 춤 삼매경에 푹 빠져있었다. 특히 앞 스테이지 쪽에 자리를 잡은 20대 초반의 여성들은 아이돌 그룹의 최신곡 댄스들을 다 따라할 정도로 춤에 일가견이 있었다. 이들 춤꾼 여성들은 의외로 부킹(Booking)에는 관심이 없다. 제대로 대시를 하려면 그 정도의 춤 실력에 아이돌 그룹에 버금갈 외모를 가진 20대 쿨 가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 들른 중구 최대의 나이트클럽 '스타돔'(옛 아라비안 나이트)에는 삼삼오오 직장인들끼리 온 이들이 많았다. 기자와 합석한 20대 후반의 회사원 조모 씨는 "사실 매달 1, 2번씩 또래의 회사 동료들과 나이트를 찾는다"며 "맥주를 가볍게 마시고 춤 좀 추다 부킹 불려다니는 재미도 없는 건 아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실제 이날 '스타돔'에는 7대 3 정도로 여성의 비율이 더 높았다.
좀 더 나이 든 분이 찾는다는 '호박'에는 주로 극장식 쇼가 많았으며, 중년 남녀들이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부킹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호박'에서 걸쭉한 입담을 자랑하는 '각설이' 이덕(49) 씨는 "다들 사회적 체면이나 격식으로부터 무장해제된 상태로 편하게 즐기다 가면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클럽 문화가 불편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시내 클럽 문화와 B보이들
대구의 댄스 중심지는 역시 동성로. 클럽들이 밀집해 있다. 삼덕성당과 소방서 뒤편에 최신 클럽들이 소복하다. 이들 클럽은 나이트클럽과는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규모가 적기 때문에 지나치게 붐비는 것을 피할 수 있으며, 비슷한 또래의 손님들이 많아 부킹 확률도 더 높은 편이다.
시내 클럽에 자주 춤을 추러 간다는 이진강(28·회사원) 씨는 "나이트클럽 룸에 들어가는 비용보다는 이곳 시내 클럽에서 춤추고 맘에 드는 이성과 노래방을 가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즐겁다"며 "한바탕 신나게 댄스를 추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달아나고 운동 효과도 있다"고 털어놨다.
대구의 비보이(B-boy)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대구 도시철도 1호선 교대역에 가면 쉽잖게 젊은 비보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가끔 시내 공원에 모여서 춤을 추기도 한다. 댄스 장르도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브레이크댄스. 팝핀은 서서 춤을 춘다. 락킹은 신나게 움직이다가 딱딱 멈추는 제일 신나는 춤이다. 탭탠스와 유사한 하우스는 클럽에서 생겨난 춤이다. 힙합은 흐느적거리며 추는 춤이다. 비걸(B-girl)도 있다. 여자의 경우 아기자기한 춤으로 비보이들과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지역에는 두 명의 비걸이 있다. 김진희(29)·장지윤(25) 씨가 3년 전 제법 유명한 춤실력을 자랑했다.
대구경북은 사실 보수적인 지역이지만 춤에서는 시대에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원조 아이돌 그룹인 H.O.T의 장우혁 그리고 현재 톱 아이돌 그룹인 2PM의 준수, 샤이니의 키가 지역 출신이다. 건전한 춤바람 더 불어도 나쁠 것이 없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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