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 트위터] 병역의무와 인사청문회

5일이면 '병역이 자랑스러운 세상만들기 UCC공모전'이 마감된다. 병무청이 병역의무 이행을 자랑스럽고 명예롭게 여기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마련한 공모전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1천만원의 상금까지 걸렸단다. 국민 개병제(皆兵制)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해당 국민이면 누구나 병역의무를 당연하게 이행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도 새삼스럽게 병무청이 나서서 이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듯 하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인터넷 등에서는 이번 일에 대한 정부의 대응시스템을 두고, 병역을 면제받은 고위공직자와 관련지어 불만과 조롱이 쏟아지고 있다. "이 정부의 안보관계 참모만이라도 이번 기회에 병역 면제자는 정리해 달라"는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의 주장은 이러한 분위기와 여론을 반영한 것이기에, 국민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병역 면제를 목적으로 생니를 뽑았다는 연예인, 어깨를 탈골시켰다는 운동선수, 이런 부류의 인간들에게까지 분노를 느껴야 할 여유가 우리들에겐 없다. 적어도 그들은 국가를 경영하는 위치에는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병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우리의 아들들을,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몸소 실천했던 분(?)들에게 맡기고 싶다는 것이다. 청와대 '벙커 회의' 참석자의 상당수가 병역 면제자였다는 것만으로도 불만의 정도를 헤아려야 할 것이다.

우리가 현재의 사회지도급 인사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처럼 고상한 것이 아니다. 다만 일반국민 수준만큼의 의무라도 회피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한가? 현 정부 장관들의 병역면제 비율은 24.1%이고 국회의원의 그것도 16.2%다. 일반 국민의 2.4%와 비교하면 10배가 넘고 7배에 육박한다. 이러고도 병역의무의 이행을 '자랑스럽고 명예롭게 생각하라'고 할 것인가.

기본이 결여된 인사들이 활개치고 있는 조직은 위기에서 치부를 드러내는 법이다. 여기에는 정부도 국회도 다를 바 없다. 우리 영토가 북한의 무차별적인 포격으로 유린당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대통령의 지시 내용을 두고 소동을 벌였고 국회는 국방장관 등을 붙잡아 두는 엽기를 부렸다. 온 국민이 위태롭게 연평도를 바라보고 있을 때 자신들의 세비(歲費)를 기습적으로 인상했던 작태는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구차한 병역 면제 사유를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되는 인사청문회가 그리울 뿐이다.

윤순갑교수(경북대 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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