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 강한 운동, 새로운 쾌감 찾다보니 어느새 '체육달인'

만능 스포츠맨, 윤용섭씨

생활체육의 달인이 있다. 윤용섭(55) 씨다. 수영, 등산, 스키, 볼링, 제트스키 등은 기본, 스킨스쿠버, 마라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윈드서핑 등 못 하는 게 없고, 손 안 대 본 게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수준급은 아니다. 일반인 보다 조금 나을 정도로 즐기는 수준이다.

시작은 스킨스쿠버로 했다. 1984년 우연히 울릉도에 갔다가 물 속에 들어갔는데 고기들이 너무 잘 보여 순간 '물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스킨스쿠버를 시작했다. 지금은 나이도 들고 해서 따뜻할 때만 한 번씩 나가지만 한창 때는 매주 나갈 정도로 빠져들었다. 스킨스쿠버를 하다 1990년쯤 발에 핀(Fin'물갈퀴)을 신고 근육의 힘만으로 수영하는 10㎞ 원정 핀수영대회에도 참가했고, 윈드서핑, 제트스키에도 도전하는 등 물에서 하는 것은 대부분 시도했다. 그래도 윤 씨가 제일 좋아하고 애착을 갖는 것은 역시 스킨스쿠버. 최대 매력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씨는 "스킨스쿠버는 왠지 선뜻 시작하기 힘들고 바다 속으로 30m 정도 내려가면 무섭기도 해 도전 정신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레포츠"라고 했다.

물에서 하는 것만 하다 45세가 되던 2000년 자신의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어 마라톤을 시작했다. 6개월 연습 후 바로 서울동아마라톤대회에 출전해 풀코스를 4시간30분 만에 완주했고, 이후 풀코스만 6차례 뛰었다. 마라톤을 3년쯤 하다 좀 더 센 것에 도전하고 싶어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을 모두 해야 하는 트라이애슬론으로 눈을 돌렸다. 1년 정도 연습을 거쳐 2003년 3월 속초에서 열린 국제트라이애슬론대회에 처음 출전하는 등 3개 대회에서 모두 완주했다. 트라이애슬론은 윤 씨가 스킨스쿠버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종목으로 앞으로도 계속 할 작정이다.

윤 씨는 워낙 운동을 좋아해 젊었을 때부터 테니스, 축구 등을 즐겼고, 건강도 타고나 이런 끊임없는 도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윤 씨의 체력 비법은 뭐니 해도 평소 관리다. 윤 씨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1시간 30분 정도 운동하고 출근하다. 벌써 30년이나 됐다. 지금도 매일 새벽 자전거를 타고 6㎞ 정도 떨어진 수영장으로 가서 1.5㎞ 정도 수영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와 출근한다.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기상 시간과 아침 운동엔 변함이 없다. 수십 년 동안 하다 보니 습관이 됐다. 그러다 보니 1년 내내 감기 등 잔병치레도 거의 없다.

윤 씨는 대구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공무원이 비용이 만만치 않는 레포츠를 어떻게 즐길 수 있느냐'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이 따를 만하다. 이에 대해 윤 씨는 "생각만큼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스킨스쿠버 등 일부는 비용이 들긴 하지만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고 나머지는 크게 돈 들 일이 없다는 것. 스킨스쿠버는 소속 동호회 회원들과 같이 가기 때문에 장비를 가진 회원들이 많아 얼마든지 함께 사용할 수 있고, 공기탱크와 배를 빌리는데 10만원 정도 경비가 들긴 하지만 이 역시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가기 때문에 다른 레포츠를 즐기는 비용과 비교해 결코 비싸지 않다.

물론 초기 비용이 없을 순 없다. 스킨스쿠버를 처음 시작한 1984년, 2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장비를 구입했고, 윈드서핑 보드도 100만원을 주고 중고를 구입했다. 그러나 어떤 레포츠를 즐기더라도 이 정도의 구입비용은 들기 때문에 기꺼이 감수했다는 것. 윤 씨는 "스킨스쿠버 장비는 사고 싶은데 돈이 없어 대뜸 공무원 대출로 500만원 빌려 200만원으로 장비를 구입하고 나머지 300만원을 아내에게 줬다. 아내는 웬 돈인가 싶어 좋아했는데 나중에 매달 월급에서 공제되니까 대출한 것 알고 난리를 쳤다. 혼도 많이 나고 1년 동안 '정신 나간 사람'이란 소릴 들으며 바가지를 긁혔다. 그러나 한 번도 후회 한 적이 없고 거의 영구적이기 때문에 크게 비싸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설사 비용이 적지 않다 하더라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가서는' 안 된다는 게 윤 씨의 기본 생각이다. 뭐든지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 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 윤 씨는 "뭔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 그것을 하는 게 마땅하다"고 단언했다.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 생각과 생활 등 모든 것이 바뀐다. 마인드가 도전적, 의욕적으로 바뀌면 직장, 일상, 가정 등 생활 자체도 변해 돈으로 환산하지 못할 만큼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윤 씨는 "남이 쉽게 하기 힘든 운동을 함으로써 도전 정신을 기를 수 있고, 일을 할 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 자신감도 생긴다. 또 성격도 밝아지고 레포츠를 통해 나이를 불문하고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만나 친해질 수 있어 대인관계도 좋아진다. 주저하지 말고 뭐든 하고 싶을 때 바로 도전하면 성취욕도 느끼고 미지의 세계도 경험할 수 있다"고 권유했다.

물론 가족이 좋아할 리 없다. 윤 씨는 "주말, 휴가 없이 혼자 밖으로 나가다 보니 아내에게 싫은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2, 3년 정도 지나니 포기했는지, 만성이 됐는지 별로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윤 씨는 "처음엔 아내, 두 아들과 같이 다녔는데 혼자만 하다 보니 재미가 없어 나중엔 따라 오지 않더라"며 "지금은 이런 레포츠에 집중할 동안만이라도 술 안마시고 몸 관리를 하는데다 다른 데 신경을 안 써 집에서도 오히려 반긴다"고 말했다.

스킨스쿠버는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아니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다닐 생각이다. 현재 스킨스쿠버 동호회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분도 70세나 된다고 했다. 윤 씨는 "젊어선 돌아다니다 늙어서 집에 있으면 욕먹기 딱 좋으니 나이 들면 더 많이 즐길 것"이라며 "스킨스쿠버나 마라톤, 트라이애슬론 등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 위험하다고 생각으로 그만큼 더 조심하기 때문에 오히려 덜 위험하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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