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만 받아왔던 장애인들이 남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정덕주(59) 대구장애인협회 북구지회장의 얼굴엔 요즘 들어 즐거움이 넘쳐난다. 장애인들의 생활환경이 열악한 중국 흑룡강성 오상시 장애인연합회에 2만 점이 넘는 옷가지와 휠체어 50대를 보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 지회장은 지회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작업장에서 봉사회원들과 함께 매일 기업체나 사회단체에서 보내오는 온정의 물품을 정리하고 종이상자에 넣느라 분주하다.
"인구 100만 명인 중국 오상시는 조선족과 장애인이 4만 명이나 살고 있어요. 겨울철이면 날씨가 추워 영하 20℃까지 내려가요. 그런데 주거환경은 슬레이트 집들이 즐비한 우리나라의 1970년대 수준으로, 옷가지가 절대 부족한 실정입니다. 우리가 보내는 옷가지들이 그들의 추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해주면 좋겠어요."
정 지회장이 옷가지를 보내기로 결심한 것은 3개월 전 국제결혼과 관련해 한 조선족 경찰관을 알게되면서다. 조선족 경찰관이 현지 실정을 상세히 전하며 물품 지원을 요청했고 정 지회장도 1주일간 답사를 통해 현지 실생활의 어려움을 확인하고 물품 지원을 하기로 했던 것.
이후 정 지회장은 마당발 인맥을 십분 활용해 평소 친분이 있는 기업체나 사회단체 그리고 후원회에 물품 지원을 요청했고 정 지회장의 취지에 공감한 각계 각층에서 물품을 지원해 오고 있다.
국제라이온스 356-A지구 제5지역 김상진 부총재가 회원들로부터 입지않는 옷가지를 모아 1t 트럭 10대 분량을 보내온 데 이어 ㈜한성은 쉬메릭 와이셔츠 1천 장, 맞춤양복 전문점 매니아는 정장 100벌, 영남불교대학은 트럭 1대 분량의 옷가지를 보내 오는 등 3개월 만에 의류 2만 점을 모았다. 또 경한라이온스클럽은 휠체어 40대를 기증했다.
"전달할 물품은 15일쯤 선적할 예정인데 요즘도 계속 물품이 들어와 당초 200상자를 예상했으나 250상자가 넘을 것 같아요. 돈으로 환산하면 1억여원 어치 될 거예요. 각계 각층의 뜨거운 온정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작년 1월부터 북구지회 지회장을 맡아온 정 지부장은 장애인 복지에 대한 열정이 유별나다. 그는 2년 만에 대구장애인협회 8개지회 중 생활수준이 낮고 인구가 적은 북구지회의 후원회원을 가장 많이 확보했다.
작년에는 지역 후원회와 연계해 장애인, 차상위계층, 홀몸노인 등 24개 동별로 쌀 10㎏들이 50포씩 모두 1천200포를 전달했고, 장애인 가족에 장학금도 지원했다.
특히 올해에는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임대작업장 250㎡를 마련, 장애인 15명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 주었다.
"아직 임금수준은 얼마되지 않지만 장애인들이 매일 빠지지 않고 나와 즐겁게 일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사업규모를 조금 더 키울 계획인데 재봉틀을 5대 더 넣어 30명 정도 일할 수 있게 할 거예요. 임금도 당연히 현재 수준보다 더 많이 주고 싶어요."
부산 출신인 정 지회장은 1986년 한국청년회의소 북대구JC에 들어가면서 사회봉사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동안 지체장애인협회 포항시지회 후원회장을 거쳐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 동구·수성구 후원회원, 국제라이온스 355-C 대구지구 새천년라이온스클럽 초대회장도 역임했다.
"2000년 새천년라이온스 회장 활동을 하면서 필리핀 마닐라에 6천만원을 들여 깔끔한 어린이집 한 채를 지어준 게 지금도 보람으로 기억됩니다."
교통사고로 팔을 다친 정 지회장은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재활센터와 작업장을 갖춘 복지관을 건립해 사회적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마지막 꿈이다. 사업비도 20억원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는데 북구청에 사업계획 신청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라는 것.
정 지회장은 또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가입해 회원 50여 명과 함께 내년에 5천만원을 들여 아프리카에 학교 한 채를 건립해줄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봉사는 절대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과 정성으로 하는 것"이라는 정 지회장은 남은 인생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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