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고사는 학교 교육 이외의 영역에서 학부모를 유혹하기에 가장 좋은 시험이다. 대한민국 학부모들 대부분이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논술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논술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를 타인에게 의존한다. 타인은 학교 교사일 수도 있고, 사교육 기관의 종사자일 수도 있다. 논술을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은가와 대학별 논술고사는 어떤 문제가 나오느냐는 의문이 대부분인데 학교 교사는 아무래도 대답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논술을 준비하는 방법도 제각각이고 대학별 논술고사를 소위 '적중'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논술교육은 더욱 불분명한 공간으로 밀려난다. 그 공간에서는 소위 '적중'한다고 강조한다. 단언하건데 대학별 논술고사는 절대로 '적중'한다고 가르칠 수 없다. 왜 그럴까? 논술고사는 본질적으로 지식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단지 지식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통한 독해력, 추론 능력, 논증 능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논술 실력은 짧은 시간에 절대로 나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긴 호흡을 유지하며 차근차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교과형 논술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평소의 학습을 논술 공부로 심화시키는 노력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또한 논술은 단계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제시문과 논제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 한국형 논술고사이므로, 쉬운 글부터 차분히 읽어가며 글 속의 단어와 문장구조를 이해하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연습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학별 논술고사를 응시하기 직전, 단기간 집중해서 논술을 준비하면 충분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은 버려야 한다.
초등학생들부터 논리적인 사고를 전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잘못이다. 어떤 교수님의 표현을 빌면 초등학교 논술은 미친 짓이다. 감성이 담긴 다양한 독서를 통해 풍부한 감수성을 길러주는 것이 오히려 낫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가르치는 것이 우선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눔은 사람이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조금씩 논술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중학교 때까지 논술을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다양한 독서이다. 문학 작품만이 아니라 시사,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등과 관련된 다양한 서적을 읽고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폭넓은 지식을 축적하는 것이 유리하다. 물론 독서 뒤에 따르는 필수적인 과정은 '왜 그럴까?'하는 질문과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이다.
고교 1학년이 되면 교과수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통합교과형이든, 교과형이든 앞으로의 논술고사는 교과수업이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교과서의 심화 문제를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고, 시사학습장 등을 통해 사회적인 쟁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메모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단순히 독서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이고 책략적인 독서가 필요하며, 주어와 서술어로 이루어진 기본적인 문장 쓰기를 반복해서 연습할 필요가 있다.
고교 2학년이 되면 비슷한 주제군별로 주제에 맞는 정보를 인터넷이나 서적으로 검색·정리해야 한다. 교과지식의 중심이 되는 수학의 원리나 과학 이론들을 점검하고 실생활과의 연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장과 근거를 갖춘 긴 글쓰기 연습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고교 3학년이 되면 1, 2학년 때 정리한 내용을 복습하고 실전문제 또는 기출문제를 통해 2주일에 1편 정도의 논술문을 작성한 후 학교 선생님들께 첨삭을 받아야 한다. 작성한 논술문을 문제와 함께 대구통합교과논술 카페에 올려도 무료로 첨삭해 준다. 시험을 앞두고는 1주일에 1편 이상 지원 대학의 형식에 맞는 논술문을 써 보고 첨삭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타 대학의 기출문제를 목표 대학의 문제 유형으로 재구성해 다양한 주제를 다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경명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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