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인간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

인지과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컴퓨터에 비유해 설명하고자 했고, 그런 까닭에 인공지능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인공지능을 만들고 있는 것도 어쩌면 인간 스스로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탐사선을 보내고 있는 걸 보면 우주도 이미 인간에게는 미지의 세계가 아닌지도 모른다. 마지막 남은 미지의 세계가 있다면 아마도 인간 자신이 아닐까.

오페라 '원이 엄마'를 보고 오면서 내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은 엉뚱하게도 위와 같은 것이었다. 사실 나는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편에 가깝다. 하지만 언어로 표현되었던 것들이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었을 때 주는 감동의 차이를 즐긴다. 모르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언제나 내겐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함께 오페라 공연을 보러 가자고 했더니 '오페라라니!' 하는 반응이다. 오페라 감상을 시간과 돈이 남아야만 부릴 수 있는 사치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취향의 차이로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지만, 예술과 문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낯선 표정을 짓는 게 사실이다. 어쨌든 오페라 '원이 엄마'가 전해준 전율은 부족한 시간을 쪼갠 내게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하늘 정원, 거기에 피어있는 천상의 꽃 능소화, 지키는 자와 훔치는 자, 하늘의 것을 탐하는 우리 인간의 소욕. 문득 천지가 창조되고 이 땅에 인간 세상의 도래를 기술한 창세기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가지 않는가? 에덴 동산. 그 한가운데 있는 선악과. 모든 것이 다 허락되지만 그것만은 탐내서는 안 된다는 금지. 그것을 훔쳐 먹은 하와와 그녀의 권유로 먹고 함께 벌을 받는 아담.

태초부터 인간은 호기심이라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으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것은 지극히 이기적으로 작동을 하고 있다. 그것이 인간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부분이라고 하면, 문화와 예술은 그런 인간 자신에 대한 공감을 드러내고 긍정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아닐까?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운명을 거부하고 맞선 여늬와 응태의 사랑은 생존 본능, 유전자의 이기적 본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경험적 증거를 들이댈 수 있는 것만 믿으려고 하는 것이 과학이라면 문화와 예술은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이해하는 경험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쓰레기 더미에서 진실을 건지려고 애쓰는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나와서 오페라도 보고, 클래식 콘서트도 가보고, 인문학 책도 좀 보라고. 현상을 넘어서서 그것의 밑바탕에 깔린 인간의 진면모를 다각도로 고민할 때, 마지막 미지의 세계, 인간의 인지는 그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내지 않겠는가?

김지애(인지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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