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수의 야구토크] 고교야구 '주말리그제' 도입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협회는 내년부터 학기 중, 또는 평일에 개최하는 8개 전국고교야구대회를 폐지하고, 토·일요일, 공휴일, 방학기간에 경기를 치르는 '주말리그제'의 도입을 선언했다. 찬반 논쟁이 있지만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특히 제도 개선에 야구계가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은 더욱 의미 있는 일이다. 프로야구가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만큼 야구계가 운동선수의 학습권 보장에 앞장선다면 다른 종목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대한야구협회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켜주고자 이러한 제도를 도입했을 것이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따른 우려가 크고, 시행착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없이 미룰 수 없는 문제이기에 내년 시행은 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에 있어 성공의 열쇠는 학생들이 새로운 제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들이 배려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생운동선수는 학업적인 측면보다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공부는 운동생활에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 운동선수들도 본분인 학업에 충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운동선수들의 경기력은 떨어질 것이다. 벌써 경기력의 저하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경기력 저하는 차후에 생각해도 될 문제다. 선입견을 갖고 제도가 잘못됐다고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고교 야구선수들이 프로 입단 등으로 야구계에 종사하는 비율은 10% 정도다. 지금까지 이들을 위해 90%의 선수들이 희생을 당한 셈이다. 이제 90%의 선수들을 위한 대책들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학업을 통한 미래의 설계와 취업의 길을 찾아줘야 한다.

또 관계당국은 제도 도입에 앞서 운동선수들에게 취지를 제대로 알려야 할 것이다. 지도자와 행정기관의 이해에 앞서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왜 평일에 공부를 해야 하는지, 방과 후와 주말에는 운동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학생선수의 육성은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하지만 선행과제의 해결 없이 시작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학생들에 대한 설득, 지도자에 대한 이해와 함께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주말에 기존의 고교야구선수들이 사용하는 야구장에서 야구를 즐기던 사회인들에게 대체 장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고교야구의 주말리그제로 인하여 사회인야구가 타격을 받아서는 안 된다. 사회인야구리그의 전용구장 마련도 추진돼야 한다.

공부하는 학생을 위한 주말리그제의 도입을 환영하지만, 야구계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여러 선행과제들에 대한 해결책도 함께 제시되길 바란다. 하루빨리 야구선수들에게 학습권을 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의 정착을 위한 토대부터 마련해야 한다. 시작하는 단계에서 철저히 점검해야 좋은 제도로 뿌리내릴 것이다.

이동수 대구방송 해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