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의회가 내년도 대구경북연구원 지원예산을 전액 삭감(본지 6일자 1면 보도)한 것과 관련, '대구와 경북의 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조짐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와 경북이 힘을 모아 이뤄냈던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 이후부터 조금씩 곪기 시작했던 균열의 '종기'가 대구 취수원 구미이전과 연구개발(R&D)특구 추진 등을 거치면서 터져, 이제는 대구·경북의 공조·협력 체제에 경보음이 울렸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지역 한 인사는 "최근 대구와 경북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에 김범일 시장과 김관용 도지사가 경쟁자로 비치는 듯한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된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며 인사말 차례를 서로 미루는 등 훈훈했던 '우정'의 모습이 언제부턴가 사라졌다. 첨예한 갈등과 마찰로 인해 이젠 '우리가 남이가?'라는 외침이 '우리는 남이다'로 들릴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인사도 "김 시장과 김 지사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립과 반목하는 상황이 최근 많이 연출되고 있다"며 "대구경북이 합심해도 다른 지역과의 경쟁에서 쉽지 않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난달 말 발표된 SK케미칼 백신공장의 안동 투자와 관련해서도 대구와 경북의 대립 양상은 드러나고 있다. 대구시는 1년 넘게 공들인 SK케미칼을 경북도가 유치해간 것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반면, 경북도는 "공정하게 기업 유치전에 나서 획득한 전리품에 무슨 소리냐?"며 맞서고 있는 것.
지역의 지도층 인사들은 '서로 제 갈 길 가자'는 대구와 경북의 최근 모습이 '함께 죽자'는 길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영남대 이재훈 교수는 "대구와 경북은 역사적으로 한 뿌리였지만 1981년 분리된 이후부터 시·도간 갈등이 생겨나고, 지역의 경제사정은 점차 악화돼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06년 3월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대구경북 경제통합'을 선언했다"며 "힘을 합치자 많은 국책사업을 공동유치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는데 지금 등을 돌린다는 것은 함께 죽자는 소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부산과 경남, 울산과 경남의 갈등 등 다른 지역의 사례에 비춰볼 때도 대구와 경북이 결별하는 것은 지역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현재 대구경북의 사정이 여유롭다면 모르겠지만, 공존만이 살길이라는 평범한 교훈을 대구와 경북이 곱씹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