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교육청, 예산심사 회초리에 혼쭐

시의회 편입 교육의원 매서운 잣대로 따져 "준비부실… 심사중단"

6일 오후 2시 30분쯤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 회의실 옆 휴게실. 대구시교육청 예산 심사를 한창 진행하던 시의회 예결위원들이 입에 불만을 가득 채운 채 우르르 몰려나왔다. "해도 너무한다." "지엽적인 수치를 모를 수는 있지만 큰 현안도 파악이 안 돼 있다." "교육청이 조직 체계가 전혀 안 돼 있다." "부교육감 뒤에 앉은 국장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나." "더 이상 예산 심사를 할 수 없다."

예결위원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다. 오전부터 시작된 대구시교육청 예산 심사에서 이걸우 시교육청 부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청 관계자들이 답변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육위 소속인 윤석준 예결위원이 "상임위에서는 답변을 잘했는데, 예결위에서 지나치게 긴장한 것 같다"며 옹호했고, 교육청에서 파견된 교육위 전문위원도 "따끔하게 야단을 치고 예결위를 계속하자"고 제안했지만 소수에 그쳤다. 대다수는 "예결위를 계속해봐야 의미가 없다. 오늘은 그만하자"고 목소리를 높였고, 권기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곧바로 회의실로 들어가 예산 심사 중단을 선언했다.

이 부교육감은 이날 각종 현안에 대해 예결위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쩔쩔매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이 부교육감 뒤에 앉은 국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메모를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보좌하기보다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이었다. 급기야 이 부교육감이 일부 예결위원들의 질문에 "담당자가 누구냐"며 뒤에 있는 직원들에게 역정을 내기도 했다. 오후에 교육청 장학사들은 업무를 이유로 대거 자리를 비웠다.

시의회 안팎에서는 이런 파행이 예견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기존의 교육의원들이 대구시의회에 편입되면서 교육청 감시 감독이 예전보다 훨씬 매서워진 탓이다. 교사 출신 교육의원이 교육청 관계자들과 학교 선·후배로 얽히면서 교육청 감시 감독에 온정주의가 많았지만 현재 시의원들은 교육청을 주요 감시 감독 대상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 자료 요구도 과거보다 훨씬 많고, 허점을 보이면 물고 늘어지는 경향도 없지 않다.

권 위원장은 "오늘 파행을 계기로 교육청 관계자들이 자료 및 답변 준비에 더욱 충실하기를 기대한다"며 "7일 예산 심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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