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랐다. 역시! 넘실대는 파도, 반짝이는 햇살, 더위를 식히는 해풍…. 광대한 인도의 다양성을 대변하듯, 남(南)인도의 해변 풍경은 앞서의 인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지친 우리를 맞이했다.
◆바다를 찾아 떠난 남행
2박 3일 대 8시간. 목적지 코발람(Kovalam)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케랄라(Kerala) 주 남쪽에 위치한 휴양지로 직선 거리로만 2천㎞가 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열차냐 비행기냐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 비자 만료까지 2개월이 채 남지 않은 우리는 경비보다는 시간을 아끼는 선택을 했다.
트리반드룸(Trivandrum) 공항에 내려 오토릭샤를 타고 코발람까지 가는 길. 끊임없이 들어선 코코넛 나무의 이국적 풍취에다 멀리서 풍기는 바다 내음에 기분까지 신선했다. "와~"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50m 앞에 위치한 바다로 나서니 절로 탄성이 나왔다. 대체 얼마 만에 보는 바다이던가! 거기에 '에메랄드빛 아라비아해'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다는 생각에 감흥이 더했다. 검은빛 모래 해변이라는 희소성도 있었다.
맛난 해산물을 적은 부담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어부들이 매일 낚시나 그물로 잡아올린 싱싱한 물고기 요리. 특히, 코발람의 숙소에서 먹었던 요리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식당은 없지만 요청에 따라 관리인이 직접 요리를 했는데 그 맛이 정말 '기똥찼다'. 홍합을 이용한 매운탕(정말 제대로 된 매운맛에 입맛이 절로 살아났다)에 양념구이는 물론 남인도 정식인 밀즈(Meals·생선 구이와 커리에 몇 가지 야채 반찬, 밥이 함께 나온다)까지, 인도에서 먹은 음식 가운데 최고라고 내세울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가격은 식당 가격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오랜만에 바다의 매력에 흠뻑 취한 우리는 코발람을 기점으로 바르칼라(Varkala), 알라푸자(Allapuzha), 코치(Kochi)까지 인도의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며 인도에서의 남은 여정을 맘껏 즐겼다.
◆북쪽과는 너무 다른 모습
남인도는 생김새부터 많은 면이 북인도와는 달랐다. 데칸고원을 기점으로 남북으로 나뉜다는 인도 아닌가. 남인도 사람들은 북인도 사람들에 비해 피부가 더 까무잡잡한 편이다. 인도 역사는 이를 아리아인에 쫓긴 드라비다인이 남쪽에 많이 정착해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언어도 각 주마다 고유의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영화마저 '볼리우드'(Bollywood)가 아닌 자체 제작 작품이 더 인기를 얻을 정도이다.
풍습도 다른데 무엇보다 남자들의 복장이 가장 특이하다. 길거리에서 많은 남성들이 '룽기'(Lungi)라는 전통복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치마처럼 두르는 하의인데 많이 거추장스러워 보임에도 자전거를 타는 등 일상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심지어는 이를 입고 해수욕을 하는 청년들도 본 적이 있다.
종교 면에서는 가톨릭이나 기독교인도 많다. 일찍이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 등 서구의 지배를 받은 탓이다. 곳곳에서 교회나 성당 건물을 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상점에 가면 성모 마리아나 예수의 성화가 걸린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회교 사원인 모스크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술에 대한 이중적인 시각도 특이했다. 케랄라는 술을 금하는 주는 아니지만 음주에 대해 매우 엄격한 편이다. 주류 판매는 관영 상점에서만 가능한데, 영업시간이 짧은데다 휴일에는 아예 문을 닫는다. 그 수도 적고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있다 보니 한 달이 넘도록 한 군데도 볼 수가 없었다. 이뿐만 아니다. 주류 판매 허가를 받기도 쉽지 않다. 꽤 부담스런 규모의 금액(누군가 1만5천€, 약 2천200만원이라고 하는 것을 들었는데 확실치는 않음)을 지불해야 하는데다 기준도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란다.
이런 까닭에 많은 가게들이 무허가로 주류를 취급한다. 맥주를 시키면 신문지에 싸서 주고, 병을 식탁 아래 안 보이게 두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무허가로 술을 취급하다 보니 한 번씩 찾아오는 경찰에겐 일종의 '수고비'가 건네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찜찜하긴 하지만 업주도 경찰도 여행객도 모두 득을 보는 독특한 구조이다.
물론 여자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엉큼한 시선은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해수욕을 하러 나가면 꼭 인도남 대여섯 명이 길가에 서서 비키니 차림의 여성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출근하는 아저씨도 있었다.
남인도에서는 이런 황홀한 경험 외에도 멋진 친구들을 만난 것이 큰 추억이다. 낯선 땅에서 우연히 만났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공통 요소를 찾은 사람들. 서로의 일정 때문에 작별을 했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꼭 다시 만날' 사람들이다. 다음 회에는 남인도에서 만난 사람들 얘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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