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취업 전쟁과 정부의 역할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대학의 졸업장을 받는 순간이 바로 실업자가 되는 순간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올 연말 국내 대기업의 신입사원 채용계획은 약 1만2천 명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비해 대학 졸업예정자는 30여만 명에 이르고 있어 졸업생 대비 5%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가 2010년 9월 현재 우리나라의 실업자 중에서 15세에서 29세 사이의 청년 실업자의 수는 거의 40만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며 불안정 취업까지 고려하면 약 25%가 실업 상태에 있다. 이것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문제로 일본의 장기 침체기의 초입 단계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청년들이 취업을 기다리다 지쳐 포기하는 것은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높은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이런 좌절감은 결국 사회의 낙오자를 양산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는 무책임한 사생활과 소비로 이어져 청년 계층이 타 계층보다 더 많은 신용 불량자를 만들어 내게 되고 신용불량자의 양산은 자살률의 증가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게 된다. 한국의 경우도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아 지금 젊은 계층의 상당수(10명중 7명)가 빚을 지고 있으며 일부는 신용불량자로 낙인(11명중 1명) 찍혀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한국 사회에 있어 청년 계층의 성매매 또는 자살 증가의 주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청년 실업이 전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서구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서구 사회에서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국가의 노동시장 개입에 두고 있는데 그것은 청년 실업이 많은 사회 문제의 원인이자 국가 경쟁력 제고의 제약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 사회의 대표적 청년실업 대책으로 국가에 의한 2차 노동시장의 확대와 엄청난 규모의 재정 지원을 들 수 있다. 서구의 '2차 노동시장'이라는 것은 대량실업 사태에 직면하여 민간 기업체들이 투자하지 않는 분야에 국가가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2차 노동시장은 실업자나 고용이 불안정한 사람에게 노동할 수 있는 기회를 국가가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임금 대체급여 대신에 노동력의 대가로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생산적인 투자를 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재정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실업자나 공적 부조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비용보다 약간만을 더 지급하게 됨으로써 국가의 추가 부담이 적은 효과적 노동시장정책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청년 실업자의 경감을 위한 '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유럽사회 전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청년 실업자들에 대한 취업 훈련과 직업 알선이 주요 사업으로 독일의 경우엔 2000년부터 매년 이 사업에 연간 약 20억달러를 투입하고 30만 명의 청년을 참가시켜 그 중에 31%가 일자리를 얻었고 21%는 국가 주도의 사업에 참여하여 청년 실업률이 12%에서 9.5%로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우리의 경우에는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위해 정부가 약 4천억원의 예산을 편성하였고 청년 실업 대책 마련을 5개의 정부부처가 내 놓았으나 어느 누구도 대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8월 말까지 고용안정센터에서 정규직으로 채용을 알선한 인원이 1천400명에 불과할 정도로 효과는 미미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청년 실업문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며 이 문제가 국가의 개입 없이 노동시장 자체의 기제로 해결될 조짐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인프라 구성을 못하고 있으며, 기업은 임금 상승의 부담을 신규인력 채용의 감축을 통해서만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정부는 청년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청년 실업 문제의 해결을 위한 장기적이고 과감한 인적, 재정적 투자를 통해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개입하여야 하며, 기업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사회 내의 인적 자원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여야 한다. 청년에 대한 고용 확대가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된다는 인식이 필요한 때이다.

심성지(경일대교수·사회복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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