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드디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나왔다. 이미 가채점을 통해 자신의 대략적인 위치는 가늠했겠지만, 성적표는 전국 수험생 중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 올해 수능이 다소 어려웠지만 미리 재수를 기정사실화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입시는 전략이다. 내게 유리한 정보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실제 입시 성적표는 천양지차가 될 수 있다.
다만 지원 전략을 세울 때는 자신의 수능 성적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좋은 성적을 받고도 지원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적을 후하게 평가하고 방심하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모집 요강 분석을 통해 해당 대학의 전형 방법을 잘 알고, 목표한 대학으로부터 최종 합격통지서를 받을 때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2011학년도 정시모집 특징
2011학년도 수능 지원자는 71만2천227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3만2천393명이 증가했다. 특히 졸업생의 증가가 두드러짐에 따라 이른바 '재수생 강세'가 점쳐진다. 이처럼 수능 응시자의 증가와 함께 2011학년도 수시모집 인원이 전년도에 비해 늘어나면서 정시모집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수능 성적 발표 이후 수시모집에서 정시모집으로 이월되는 인원을 감안하더라도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선발 인원은 지난해에 이어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에서 총 1천여 명이 줄어들고, 서울 소재 10개 대학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약 1천500여 명이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상위권 대학의 정시모집 인원이 큰 폭으로 줄어듦에 따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012학년도 수능 체제 변경에 불안감을 느껴 안정 지원 성향을 보일 경우에는 중위권 대학까지 연쇄적인 경쟁률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 주요 대학의 수능 탐구영역 반영 과목수 축소(3과목→2과목) 등도 경쟁률을 높이는 데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정시모집에서도 안정 지원 경향이 두드러지겠지만, 점수대에 따라 안정 지원과 소신지원을 병행하면서 정시모집의 가나다군 복수 지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지원 전략 이렇게 세워라
지원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과정별로 알아보자.
▷수능 성적 분석이 우선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성적이 당락을 좌우한다. 수능 성적표를 받아들면 자신의 영역·과목별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을 알 수 있게 된다. 입시기관들도 이 성적을 활용해 2011학년도 대학입시 배치기준표를 발표하게 된다. 수능성적표, 배치기준표, 대학별 전형요강과 같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지원가능대학을 탐색할 수 있다.
각 대학들은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 영역별로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을 산출해 신입생을 선발한다. 대학·학과별로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을 활용해 성적을 계산하는 방법이 다르고, 반영영역 및 반영비율, 탐구과목의 변환표준점수, 일부영역 선택에 대한 가감점 또한 대학·학과별로 다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전형방법을 꼼꼼히 확인하여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대학·학과를 탐색하고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수험생들은 영역별 유·불리 분석, 영역군별 유·불리 분석, 수리/탐구 가감점 유·불리 분석, 영역별 반영비율 유·불리 분석 등 자신의 수능 성적을 충분히 분석하는 일이 1차 과제다.
▷지원 희망 대학·학과 선정
다음은 지원 희망 대학·학과를 선정하는 일이다. 목표 대학의 지원 가능 성적 수준을 검토하고 전형방법을 세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때 기준이 되는 성적이 수능 점수와 학생부 성적이다. 수능 점수 검토는 지원 가능 표준점수를 반영하는지, 백분위를 반영하는지, 아니면 두 가지 요소를 혼합 반영하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학생부 성적을 검토할 때는 반영방법(등급, 표준점수), 반영 교과목, 지원가능 점수, 내 성적의 유·불리 등을 따져봐야 한다.
점수 이외에 전형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모집인원, 수능반영영역, 수능성적 활용 방법, 예년 경쟁률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자신의 성적 분석과 지원 희망 대학·학과 분석을 마쳤다면 입시군별로 2, 3개 정도 압축해 합격 확률에 따른 지원전략포트폴리오를 작성해 보자. 지원전략포트폴리오는 소신, 적정, 안정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를 먼저 결정해 작성하고, 모집시기별 지원 대학·학과를 결정하면 된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라
올해 정시의 특징 중 하나가 수험생은 늘고 모집인원은 줄었다는 점이다. 수험생 수 증가는 경쟁률과 합격선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1차 지원 상담 후 원서를 바로 접수시키지 말고, 2차 상담을 통해 경쟁대상자들이 안전 지원 혹은 상향 지원 어느 쪽 경향을 보이는지 그 흐름을 파악해서 지원해야 한다.
탐구 반영 과목수 축소에 따른 영향력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수도권 주요 대학들 대부분이 탐구과목 반영을 3과목에서 2과목으로 축소했다. 탐구과목이 축소되면 수험생들은 성적이 좋은 과목을 가지고 지원하기 때문에 점수가 상승하게 된다. 입시기관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탐구 1개 과목을 축소하면 합격선이 3점 정도 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해 지원해야 한다.
분할모집을 하는 대학이 늘어난 점도 변수다. 군별로 분할 모집을 하면 분할된 모집군 모두 점수가 상승한다. 경북대가 올해 '가'군 중심 모집에서 '가' '나'군 분할 모집 중심으로 바뀌었다. 영남대가 '가' '다'군 분할모집을 하기 때문에 경북대 '나'군 경쟁률과 합격선이 특히 높아질 수 있다. 경북대 '가'군도 분할 모집으로 선발 인원이 감소돼 경쟁률과 합격선은 올라갈 수 있다. 반면에 영남대 '가'군은 경쟁률이 다소 낮아질 수도 있다.
▷2012 대입 전망도 변수
2012학년도 대학 입시에서는 수리 '나' 반영 영역이 확대된다. 현재 인문계 고3 수험생은 미적분을 배우지 않아 재수 부담이 크다. 따라서 인문계 수험생은 수리에 대한 부담으로 재수를 피해 하향 안전 지원을 할 경향이 높다. 안전 지원 경향이 강해지면 배치기준표와 다른 지원 경향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처럼 배치기준표가 무력해지는 경우까지 고려해 안전 지원을 하려면 원서 접수 전에는 모의 지원 현황을, 원서 접수 뒤에는 경쟁률 추이를 살펴 파악된 합격자 평균보다 10~20점은 높게 잡아야 한다.
2012학년도에는 대입자율화의 큰 흐름 속에서 개정 교육 과정에 따라 수능 시험의 체제가 일부 바뀐다. 수리 '가'형의 선택과목이 없어지고 수리 '가' '나'형의 출제 범위가 조정된다. 탐구 과목은 최대 응시 과목을 4과목에서 3과목으로 축소한다. 6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표한 2012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에 따르면 수시모집 인원은 전체의 62.1%(23만7천640명)로 올해(60.7%)보다 1.4%p가량 소폭 늘어나지만 실질적인 비중은 그 이상이다. 이러한 2012학년도 대입제도의 변화 역시 올해 정시모집의 안전 지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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