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신정부의 탄생(1960년)을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대륙은 모두 아프리카인의 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국가는 독립했지만, 정부는 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정부는 국민의 부를 빼앗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국민은 여전히 가난과 공포와 질병과 전쟁에 시달린다.
남아공에서는 하루에 47명이 살해당하고 한 달 평균 15명의 경찰관이 죽는다. 거리에는 칼과 총을 가진 강도들이 득실거린다. 수단의 호텔에는 전기도 수도도 없다. 언제 전투에 휘말릴지 모른다. 코트디부아르는 부자만이 정치가가 될 수 있고, 정치가만이 부자가 된다. 그러나 그 참담함 속에서도 아프리카인들은 자신들의 삶을 바꿔나가려고 하고 있다.
시에라리온 내전 때 소년병이었던 사람들이 바이크 택시 사업을 시작했고, 세네갈의 가난한 어민들은 부자의 꿈을 안고 아프리카 최서단에서 생굴 판매점을 열었다. 미국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따온 브랜드로 벌꿀 코팅제품, 커피, 홍차를 만들어 가는 사람,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남편의 들일과 목축을 거드는 아내, 쓸모없다고 버려졌던 마카다미아 나무를 개량해 연필 공장을 차리는 사람들 등. 국가의 독립을 이룬 아프리카인들이 국민의 자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아프리카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아프리카 르포'라고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일본 아사히신문사에서 40년간 근무한 아프리카 전문 기자로 아프리카의 신음을 취재하고, 실상과 진실,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48개국 중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앙골라, 케냐, 우간다, 세네갈, 나이지리아 등 10개국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언급하지 않는 나라들도 똑같은 '아프리카 증상'을 갖고 있다.
지은이는 아프리카의 나라를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첫째는 정부가 국가 형성을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는 국가다. 불행하게도 여기에는 보츠와나 정도만 해당한다. 둘째는 정부가 의욕을 갖고 있지만 운영 기술이 미숙해 진척이 더딘 국가다. 가나, 우간다, 말라위 등 10개국이다. 셋째는 고위층의 이권만 추구하느라고 국가 형성이 늦어지는 경우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일반적인 경우로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이에 해당한다. 넷째는 지도자가 이권에만 관심을 가질 뿐 국가와 국민에 아예 관심이 없는 국가다. 짐바브웨, 앙골라, 수단, 나이지리아, 적도기니 등이다.
이 같은 아프리카 정부의 현실에 대해 비판하면, 정부 측은 "당신들은 인종차별주의자다"라며 반격한다. 정치가 순조롭지 못한 것은 오랜 식민지 지배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인데도 서방인들 혹은 제3세계인들이 아프리카인을 차별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그러나 "이런 항변이 언제까지나 통용될 수는 없다. 풍부한 자원이 개발되고 있는데도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죽어간다. 이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1960년 6월 콩고민주공화국이 벨기에로부터 독립했지만 독립운동가 파트리스 루뭄바는 벨기에가 개입한 쿠데타로 감옥에서 암살됐다. 그는 옥중에서 "아이들아! 나는 이제 너희들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희들에게 말해두고 싶구나. 콩고의 미래는 아름답다고!"라는 말을 남겼다.
루뭄바 정권을 무너뜨린 모부투 정권은 독재 정권이었다. 모부투 정권을 무너뜨린 신정부 역시 부패지수 최고, 콩고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나라로 만들었다. 광물 이권을 둘러싸고 다툼이 끊이지 않고 정치는 불안하다. '콩고의 미래는 아름답다'는 루뭄바의 말은 환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중국의 근대 소설가 루쉰(1881~1936)의 말이다.
현재의 아프리카는 루쉰이 말한 그대로다. 거기에 꿈이나 희망, 미래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의 수백 개 NGO를 비롯해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걸고, 길을 내기 위해 부지런히 걷고 있다는 사실이다. 277쪽, 1만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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