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복합환승센터 시범사업에 선정된 동대구복합환승센터 건립 계획이 대구역사에서 보듯 민간사업자인 신세계의 백화점 진출 교두보를 위한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대구시는 환승센터가 동대구역세권 일대 개발을 가속화할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교통 및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자칫 유통업 기능만 덩그러니 남은 채 지역 상권 흡수, 자금 역외 유출, 교통 체증 심화 등의 부작용만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립 계획은 장밋빛=동대구복합환승센터는 동대구역과 지하철역을 잇고 고속버스터미널과 이용객이 급감하고 있는 동·남부 정류장을 모아 보다 편리하게 대중교통수단을 갈아탈 수 있도록 교통체계를 집적하는 시설이다.
시는 9월 시범사업 공모를 통해 신세계를 사업자로 선정했으며 이달 3일 국토해양부는 광주 송정역 등 3개 지구와 함께 동대구복합환승센터를 국가기간복합환승센터 시범사업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시는 내년 하반기까지 사업자를 공식 지정하고 토지보상과 실시계획 승인 등 절차를 거친 뒤 2014년 말까지 환승센터를 완공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와 관련 업계는 "아무래도 1차 검증을 거친 신세계가 최종 사업자 선정에서 유리한 입장"이라고 했다. 수년 전부터 대구 백화점 시장에 눈독을 들였던 신세계의 구상이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환승센터는 동대구역 남편 약 3만7천200㎡에 연건평 약 26만8천900㎡(건축면적 약 1만9천600㎡), 16층(지상11, 지하5)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업무·문화·컨벤션·테마파크·상업시설 조성에 민자 5천600억원이 투입된다. 당초 신세계가 내세웠던 사업 계획(사업비 4천억원, 연건평 18만㎡)보다 확대된 것이다.
◆역사기능 줄고 신세계만 이득 얻나=대구시는 2014년 교통 요충지에 동대구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서면 동대구역세권 개발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각종 부작용만 떠안은 채 신세계만 잇속을 챙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환승센터 내 상업시설 면적은 7만5천㎡에 이르는데 이는 대백플라자(약 3만7천700㎡)와 롯데백화점 대구점 영업면적(약 3만3천900㎡)의 두 배에 이른다. 신세계가 환승센터에 상업시설 외에 다양한 업무·문화시설을 갖추겠다고 했지만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신세계가 사업 진행 과정에 이익 확보를 위해 상업시설 면적을 늘리면 환승센터 본래의 기능은 축소된 채 신세계의 유통단지로 전락, 지역 상권만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부산의 센텀시티가 지하 식품관을 대형마트로 운영하고 있다는 논란이 있는데 신세계가 환승센터 내 상업시설도 이처럼 운영할 것이라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경우 백화점 업계뿐 아니라 골목 상권도 타격을 입는다"며 "신세계가 이윤 추구에만 매달리지 못하도록 대구시와 시민들이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이를 견제할 장치는 마땅치 않다. 시는 환승센터 건립이 국가기간복합환승센터 시범사업인 탓에 신세계는 대구 현실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사업자 지정권을 가진 국토해양부의 승인만 있으면 사업 추진이 가능하기 때문.
반면 관련 법상 국고 지원은 환승시설에 한해 전체 공사비의 0.7% 이내로 하도록 돼 있을 뿐이어서 대구시로선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 될 공산이 커졌다. 시 관계자도 "환승센터 공간 활용 비율에 대해 신세계에 이것저것 요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민자 유치에 나선 대구시가 하필 거대 유통자본을 계속 끌어와 지역 유통시장이 역외 유통 대기업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다"며 "환승센터 예정지 일대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라 대구역과 같이 터무니없는 사례가 나오진 않겠지만 공급 과잉인 기존 시장에 대기업이 또 하나 뛰어든 것은 실책"이라고 꼬집었다.
대형백화점이 환승센터에 입점할 경우 교통 체증도 우려된다. 동·남부정류장은 이용객이 급감, 쇠락해가고 있긴 하지만 이용객이 많은 고속버스터미널, 월 3만여 명에 달하는 동대구역 이용인구를 고려할 때 대형백화점은 교통 체증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계명대 교통공학과 김기혁 교수는 "광역복합환승센터로 사업을 진행하면 대구시가 사업 주체가 돼 신세계에 다양한 요구를 할 수 있을 텐데 교통 흐름 개선책 등 협조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국고 보조도 250여억원에 불과한 국가기간복합환승센터 시범사업에 왜 뛰어들었는지 모르겠다"며 "대구 미래를 생각할 때 이번 사업으로 대구시가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다시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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