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鳶飛魚躍

연비어약(鳶飛魚躍)이란 말이 있다.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로 '하늘에 솔개가 날고 물속에 고기가 뛰어논다'는 의미이다. 만물이 저마다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야 천지(天地)가 조화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도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에서 '솔개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가 못에서 뛰노니 이는 우주의 이치가 잘 발현된 상태'라며 연비어약의 뜻을 빌려 만물이 우주의 이치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모습들을 표현했다.

한강(寒岡) 정구(鄭逑) 선생도 연비어약의 이치를 들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세상과 천지 조화를 논했다. 한자의 '주살 익' 밑에 '새 조'를 받친 글자 연(鳶)은 솔개 연자로 하늘에 날리던 종이연을 가리키기도 한다.

그래서 연은 지연(紙鳶) 또는 풍연(風鳶)이라고도 부른다. 연날리기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널리 이루어졌지만 특히 동양 3국에서 성행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00년경 한나라 장군 한신(韓信)이 군사적인 목적으로 연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는 신라 선덕여왕 때 김유신 장군이 불을 단 풍연을 밤하늘에 올려 민심을 수습했다는 기록이 전하며, 일본은 그보다 300년 후인 헤이안시대에 연을 만들었다고 한다.

오늘날 연날리기 하면 중국 산둥성 중부에 있는 인구 800만 명의 도시 웨이팡을 빼놓을 수 없다. 칭다오(靑島) 서북쪽, 옌타이(煙臺) 서남쪽에 인접한 이곳은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연의 수도'이다. 1984년 4월에 시작한 세계연날리기대회가 매년 성황을 이루고 있고, 연박물관에 가면 별의별 연이 다 전시되어 있다. 거북연, 꽃게연, 매미연에서 소리 나는 연과 야간에 빛을 내는 연도 있다.

길이가 2천8m에 이르는 용연(龍鳶)이 있는가 하면, 현미경으로 봐야 하는 작은 연도 있다. 비가 와도 날리는 연이 있고, 바람 없이도 날릴 수 있는 연이 있다. 웨이팡 국제연연합회에 가입한 회원국도 56개국에 이른다.

이들이 내년 3월 의성에서 열리는 산수유꽃바람 국제연날리기대회에서 가로'세로 길이가 99m에 이르는 대형 연을 띄워보겠다고 했다. 솔개가 하늘을 날듯 연도 잘 날려야 제맛이다. 구제역으로 뒤숭숭한 민심이 하루빨리 평온을 되찾고 연비어약하는 새해가 밝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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