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씨에허(協和)'우징쫑(武警總)'301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오전 6시 30분에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30분도 채 안 걸려 끝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 이틀 심지어는 닷새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왜 그럴까? 그 배후에는 '하오판즈'(號販子'진료번호를 파는 사람)와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병원 내 중개인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정한 진료 접수비는 14 위안(한화 약 2천500원)인데 하오판즈는 300위안(한화 약 5만4천원)에 진료 접수증을 팔기 때문에 이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환자 가족들은 줄을 서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또 중국 병원에서는 환자 편의를 위해 의사들이 '자하오'(加號'환자가 1차 진료를 받은 뒤 의사와 직접 예약하는 것)를 발행하는데 병원 내부 중개인들이 '자하오'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개인들은 이비인후과 치료를 원하는 환자에게 정형외과 의사의 진료증을 떼어 이비인후과 의사 진료증으로 둔갑시켜 파는 것이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진료를 기다리는 돈 없는 일반 환자들은 이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8월 베이징 공안당국은 '하오판즈'와 '이투오'(醫托'의사 바람잡이) 130명을 색출하는 대대적인 수사를 펼쳤다. 그러나 '하오판즈'의 배후에 있는 중개인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해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경찰은 수사의 초점을 병원 내 의사들에게 돌리고 있다. 어떤 직종보다 높은 도덕심을 요구하는 직업이기에 의사들에게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항저우에서는 한 네티즌이 몇 개 병원에서 수십 명의 의사가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명단이 수록된 CD를 버스 내에서 우연히 주워 인터넷에 폭로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 CD에는 의사들이 수천위안에 달하는 현금은 물론 카드, 상품권,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리베이트를 받는 모습의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
또 병원 내 진료 비리뿐 아니라 의약품과 관련한 의사들의 리베이트도 불거지고 있다. 의사들은 약의 소비를 위해 수술 중 소량의 항생제만 사용해도 되는 환자에게 다량의 항생제를 쓰거나 장기 복용하게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약품 사용을 늘리고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받은 리베이트는 회식비 등으로 사용하며 리베이트를 주지 않으면 제약사의 약 공급을 중단하기까지 하고 있다.
이런 의사들 비리의 주 요인으로 국가가 운영하는 병원에 소속된 의사들의 월 급여가 4천300위안(한화 약 72만원)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돈보다는 환자의 생명을 우선하는 의사들의 도덕심이 발휘돼야 하지만 당장 빈곤한 생활 때문에 비리 유혹에 빠지기 일쑤라는 것이다. 물론 사립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사정이 조금 다르지만 말이다. 현재 중국도 의료 실명제 등을 통해 의료 개혁에 나서고 있으나 실효를 거두기에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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