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36)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조교수는 암을 정복하기 위해 메스를 들었다. 물리학자를 꿈꾸던 고교 시절 우연히 유전자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됐고, 유전자 분석을 통한 암 정복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병리학은 병의 이치를 따지는 학문이다. 쉽게 표현하면 병원에서 환자에게서 떼 낸 조직을 관찰해 최종 진단을 내리는 곳이 병리학과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병이 왜 생기는지'를 밝혀내는 것. "이제 막 조교수를 시작한 작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최근 한 유전자의 활동상을 보고한 논문을 통해 혈관 내피 세포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밝혀냈다.
김 조교수는 부검을 권장한다. 부검과 병리학의 발전은 상생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의 영향 때문에 부검을 하지 않는 습성이 있습니다. 사망 원인이 불확실하더라도 시신을 훼손한다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죠. 하지만 사인을 명확히 하는 것은 사망자뿐 아니라 남아 있는 생존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관례입니다. 흔치 않은 질환으로 사망한 경우라면 반드시 부검을 하고 명확한 사인 규명 및 예방책 만들기에 도움을 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검은 팀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의사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길게는 며칠이 걸리는 전신 부검의 경우 투입되는 시간도 그렇지만 정확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의들과 토론하고 상의하는 과정이 복잡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그는 부검을 더 많이 하기 위해 유학까지 계획했다. 내년이면 보스턴에 위치한 하버드 메디컬스쿨 연수를 위해 서울을 떠난다. "암 치료는 암세포에 독성을 띠는 일종의 독약을 투입해 치료하는 게 상식입니다. 이런 상식을 깨는 유일한 길은 왜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형되는지를 규명하는 유전자 분석입니다. 앞으로 암 유전자를 분석하는 방법을 터득해 암 질환의 사전 예방 및 조기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길 희망합니다."
문경에서 태어난 김 조교수는 교사 출신의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는 점촌초교-왜관 중앙초교를 거쳐 대구 달서초교를 졸업했다. 이후 중리중, 영남고를 나와 서울대 의대에 수석 입학해 졸업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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