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행정고시에 합격한 수습 사무관들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처로 꼽힌다. 물론 성적도 전체 10등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나야 한다. 몇 년 전에는 수석 합격자가 문화부를 지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청년층 실업난 해결을 위해 시행하는 행정인턴 공채에서도 경쟁률이 10대 1을 넘어 단연 1위를 차지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곽영진(53) 문화부 기획조정실장은 행운아였다. 1981년 행시 25회에 합격, 옛 문화공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총리실 파견 등 일부 기간을 제외하면 줄곧 문화부에서만 근무해왔기 때문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국가·기업·지역·개인의 경쟁력 원천이 물질적, 기술적 힘에서 감성적, 문화적 힘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지요. 예술·관광 등을 다루는 문화부 선호 현상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던 그가 문화부를 자원했던 건 고교 시절 독서반 동아리 활동과 무관치 않다. "교내 도서관을 친구들과 직접 운영하며 원 없이 책을 읽었습니다. 책 속에서 미래를 꿈꾼 셈이죠. 요즘이야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독서만한 게 있었나요? 영화는 공무원이 된 뒤에 '업무상' 하루에 몇 편씩 보기도 했습니다."
곽 실장의 명함은 고위공무원으로선 조금 특이한 편이다.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낸 채 웃고 있는 모습을 그린 캐리커처가 이름 옆에 새겨져 있다. 문화산업정책과장, 문화정책과장, 예술국장, 문화산업국장 등을 두루 역임한 문화예술 행정 전문가다웠다. "지난해부터 쓰고 있는데 반응이 괜찮습니다. 문화산업국장 때 캐릭터 산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명함에 내 그림을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림이 실물보다 나아보입니까? 허허허."
문화부의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6% 이상 늘어난 3조3천700억원가량이다. '친서민 문화복지 확대'를 목표로 서민 문화복지 강화, 문화예술 향유 기반 확대, 콘텐츠 산업 육성 및 시장 선진화 지원, 생활체육 활성화 등에 중점 투자할 계획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예산이 상당폭 늘어난 것은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서민층과 소외 지역에 대한 문화복지에 신경을 쓸 생각입니다."
그가 중위로 예편한 공군 대구기지(K2) 인근에 아직 부모가 살고 있는 만큼 대구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 "대구가 문화예술 도시를 본격 표방한 것은 다른 지역보다 다소 늦지만 가능성은 높습니다. 많은 대학에서 우수한 문화예술 인재가 배출되고 있고 문화산업에 대한 수요 역시 크다고 봅니다. 다만 지방 재정이 어려운 만큼 우선순위를 잘 선택해 집중해야 하겠죠."
그는 2008년 8월, 부처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기조실장에 임명됐다. 벌써 2년을 훌쩍 넘겨 현 정부 부처에서 최장수 기조실장이다. 일단 판단이 서면 물불을 안 가리고 돌진하는 스타일이어서 '독일병정'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청도 각북면 출신으로 풍각중·경북대 사대부고와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 연세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