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있는 사업가는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아프리카인에게 난로를 판다.미국의 옥시덴털석유 회장 아먼드 해머(1898~1990)가 바로 그런 사업가다. 자본주의 타도를 내건 공산주의 종주국으로부터 많은 이권을 따내 막대한 부를 쌓았으니 그렇다.
미국 사회당을 창당한 공산주의자였던 부친과 달리 그의 혈관에는 자본가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의대 재학 중 파산한 부친의 제약회사를 맡아 1년 만에 정상화시킬 만큼 젊어서부터 사업 감각이 남달랐다. 금주법 시대에는 약용 알코올의 원료인 생강의 미국 내 공급을 거의 독점해 떼돈을 벌었다. 소련에 대기근이 닥쳤던 1921년 의료봉사를 위해 소련에 들어갔다가 미국산 곡물을 수출하고 모피, 상어알, 광물 등을 대금으로 받는 구상무역에 손을 대 대박을 쳤다. 당시 곡물이 꼭 필요했던 레닌에게 그는 구세주나 마찬가지였다. 그가 훗날 냉전기에 소련과 미국 모두 신뢰하는 막후협상가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인연 때문이다. 미국에서 2, 3센트에 불과한 연필이 소련에서는 20배가 넘는 값에도 구하기 어려운 것을 보고 연필공장을 세웠는가 하면 반공주의자 헨리 포드의 소련 투자도 이끌어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붉은 자본가'다. 1990년 오늘 타계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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