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새해 예산안 처리 후폭풍이 여야 없이 거세다.
"어차피 연말까지 끌다 통과할 것을 미리, 또 제대로 해냈다"며 자화자찬했던 한나라당은 만 하루가 지난 9일 구멍난 예산 항목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한나라당의 예산안과 쟁점법안 강행 처리를 '의회 쿠데타'로 규정, 대국민서명운동을 전개키로 하는 등 장외 투쟁에 돌입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아뿔싸' 했다. 가뜩이나 청와대와 불교계가 사이가 좋지 못한데 '템플스테이 예산'이 예정된 '180억+α '가 아니라 122억원으로 통과된 것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예산안 강행 처리 중 실수라고 보기에는 일부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수천억원씩 증액된 사례가 있어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됐다.
조계종 총무원은 9일 성명서를 내고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을 삭감한 것은 종교 편향"이라며 "2002년 정부가 불교계에 요청해 시작한 템플스테이 사업이 이명박 대통령 3년 만에 파국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종단 차원에서 전면 반대 ▷정부 관계자와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찰 출입 거부 ▷여론조사와 각종 선거에서 한나라당과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차기 선거를 위해 공을 들였던 강원도 등 지역구의 SOC사업 예산도 빠진 것으로 드러나 당 지도부가 수습책 마련에 나섰다.
한나라당 예산안 단독 처리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민주당 등 야당은 거리로 나가기로 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9일 서울광장에서 100시간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또 권역별로 대의원 대회를 열고 '대정부 규탄대회'를 가지는 한편 '4대강 날치기 예산 무효화' 서명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민주노동당은 비상시국회의를 추진하면서 전국 주요 도시 순회 농성을 펼칠 계획이다.
여야 없이 같은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당내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이 모조리 증액된 것이 알려지자 예산안 강행 처리로 깎이거나 아예 반영하지 못한 의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경북 포항·울릉의 이상득·이병석 의원 지역구는 1천400억원, 예산결산특위 위원장 이주영 의원 지역구인 경남 마산은 430억원, 박희태 국회의장 지역구인 경남 양산은 182억원 증액됐다. 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전남 목포도 260억원 증액된 것으로 알려져 "여야 없이 실세만 다 챙겨갔다"는 냉랭한 분위기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는 "포항~안동 국도, 울산~포항고속도로, 포항~삼척철도 등을 모조리 포항 예산으로 잡아 '실세 예산' '형님 예산'으로 문제삼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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