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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게임? 시나리오는 시나이로일 뿐 오해 마세요

원치 않는 전운…전문가들이 말하는 남북 상황

2010년은 한국전쟁(6·25)이 발발한 지 딱 60년이 되는 해다. 60년 만에 처음으로 '전쟁'이라는 단어가 5천만 국민들을 무섭게하고 있다. 그만큼 60년 동안 잊혔던 전쟁이 우리들의 머리 속을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전쟁(戰爭), 사전적으로는 싸우고 다투는 것이다. 그 실상은 끔찍하다. 바로 살육(殺戮)이다. 죽이고 또 죽이는 것이다. 이런 전쟁에 대해 광복 세대들은 그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를 거쳐 경제적 풍요로움 속에 살아온 3세대들은 '전쟁'이라는 단어가 '남의 나라 이야기'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스타크래프트 등 워(War) 게임 정도로만 떠올리지 않을까 여겨진다.

한반도는 남북으로 갈린 이후 지금도 휴전(休戰) 상태의 전쟁 위험 지역이다. 불과 몇 년 전부터 서해 5도를 포함한 NLL(북방한계선) 일대는 상습 교전지역으로 급변한 상태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의 국지적 도발이 부쩍 늘었다. 또 경기도와 강원도를 제외한 후방지역을 총괄하고 있는 이철휘 제2작전사령관은 "현대전은 전·후방의 개념이 없고, 기습전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다고 하지만 한반도에 또다시 전쟁이 발발할까? 발발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여러 형태의 전쟁이 가능하겠지만 국지전, 전면전(핵공격 포함) 형태로 나눠볼 수 있겠다. '만약'이란 전제를 깔아두고 상상하기도 싫은 '전쟁 스토리'를 엮어본다.

◆if 국지전

대한민국의 대통령 암살 계획까지 세우고 김신조 일당을 청와대로 향하게 한 게 북한이다. 하지 못할 일이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노린 아웅산 폭발 테러도 그리 멀지만은 않은 기억이다. 지금도 주요 요인 암살 테러는 북한이 언제든 도발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 그러면 북한의 특수 침투요원이 대한민국의 유력한 대권 후보를 살해했다고 가정해 보자.

대한민국은 얼마나 큰 혼란에 빠질지 쉽게 짐작 가능하다. '어떻게 보복해야 하나?' 이 일이 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북한에 대해 먼저 포격을 하고 전면전 형태로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전쟁을 하고 싶어도 먼저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할 것이다.

21세기 들어 남북사이에 벌어지는 국지전은 서해 5도로 집중되고 있다. 한반도의 화약고임에 분명하다. 동해에는 섬도 없는데다 북한과 맞닥뜨릴 곳도 휴전선을 제외하면 없다. 그 때문에 남북 간에 첫 교전이 있다고 하면 서해가 먼저일 것이다. 근간의 교전 형태를 주목해 보면 예전에 없던 전운이 무척이나 고조되는 분위기다. 몇 해 전 해군의 교전에서 천안함 폭침(46명 사망) 그리고 연평도 민간인 사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북한이 훈련 목적이던간에 수시로 쏘아대는 사격은 은연중에 연례행사가 될 만큼 우리에게 귀에 익은 소식이 됐다.

다음은 수도 서울 등 수도권 포격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참 살 떨리는 선전포고다. 게다가 후방에도 주요 산업시설에 대한 테러 및 장거리미사일 공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포항의 포스코 공장, 울산의 현대 석유화학 공장 등은 북한군이 동해를 타고 들어와 타격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if 전면전

전면전(全面戰)은 국지전의 반대말로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전쟁이다. 북한이 우리나라를 협박할 때 흔히 표현하는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것이 현실이 되는 상황이다. 한강의 수많은 다리들이 폭파되고, 고층 빌딩이 폭침돼 무너져 상상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그야말로 한반도가 아비규환으로 돌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언제든 경기도를 포격하는 등 전면전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아마도 북한이 군사적 우위를 자신하고 전쟁이 나도 남한보다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해 극한의 표현을 써가며 벼랑 끝 전술을 쓸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으론 북한 역시 미군과 연합군의 개입으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부자 세습체제로 이어지는 공산주의 국가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겁내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실제 전면전의 경우 우리 입장에선 생각조차 하기도 싫고, 그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는 상황이다. '2010 국방백서'에도 북한이 전면전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고, 이달 초에도 국방부와 합참은 북한이 전면전을 감행해 한반도를 폭침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발표했다.

이와 관련 우리 군은 북한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장사정포, 수중전력, 특수부대, 사이버전 능력 등 비대칭 전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모색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고, 이에 대한 우려도 없잖다.

요즘에는 전면전에 갈수록 '첨단'이 추가되고 있다. 말 그대로 버튼 하나로 공중전이 펼쳐진다. 육상에 있는 보병이나 포병은 그리 할 일이 많지 않다. 미국이나 일본까지 공포에 떨 정도로 최첨단 무기들이 하늘에서 공중쇼를 펼치게 되는 것이다. 미그기와 F-16 전투기가 자존심을 걸고 한반도 상공에서 한바탕 진검승부를 펼치는 것이다.

우리 군의 북한군이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의 최첨단무기인 K21 보병전투차량, M1A2에 뒤지지 않는 K2전차, 러시아의 SA-9보다 더 효율적이고 지능적인 천마, 미스트랄을 능가하는 신궁, 세계에서 2번째로 개발한 대잠수함 미사일 홍상어 등이 있다. 북한은 세계적인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장거리 미사일인 프로그, 스캐럽, 스커드 미사일 등이 위협적이다.

첨단무기 중심의 한반도 전면전은 우리가 유리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북한은 '한 방'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핵탄두까지 실어서 미사일을 날린다면? 그야말로 서울 불바다가 아니라 '한반도 불바다'이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면 결국 남북은 공멸이라는 생지옥으로 떨어진다. 첨단 무기는 우리 군의 전력을 더욱 증가시키지만 한편으론 남북 간의 첨단 무기 중심의 전면전은 결코 상상조차 해서는 안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원로 한국전문 외신기자인 도널드 컥 전 뉴욕타임스 기자는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은 한국인들에게 서해상 두 한국(남북한)의 경계선 간 전쟁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첨단전을 가정, 아무리 첨단 무기를 갖췄더라도 이를 관리 운용할 전문기술 인력이 없다면 전력 증강은커녕 오히려 전투력 손실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이는 첨단전에서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는 '무기가 아니라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국위기관리연구소 백운고 연구위원은 "현대전은 정보전, 정밀타격전, 원격전, 전자전, 사이버전 등 시공간을 초월한 다차원적인 첨단기술전쟁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병과별 또는 분야별 첨단 무기체계를 관리,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하고 지휘관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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