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요초대석] "아프리카 차관으로 불러주세요"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아프리카 차관'으로 불린다.

박 차관은 사람들을 만나면 아프리카 이야기로 시작해서 아프리카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10월 말 짐바브웨와 잠비아, 모잠비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를 방문하고 돌아온 그는 만나자마자 아프리카 이야기부터 꺼냈다. 총리실 국무차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1년 남짓 기간 동안 아프리카를 4번이나 다녀왔다.

"아프리카는 자원의 땅이자 기회의 땅입니다. 아프리카는 모노가 아니라 컬러풀입니다. 동물의 왕국이니 기아와 에이즈의 대륙으로만 알고 있는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라이징(rising) 아프리카의 측면을 균형 있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 차관이 아프리카에 '올인'하는 이유는 아프리카에서 무한한 잠재력과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그가 아프리카를 처음 방문한 것은 국무차장으로 있던 지난해 8월이었다. 당시 그는 가나와 남아공, 콩고 등을 방문해 자원과 에너지 분야의 협력 가능성을 발견했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4만달러의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기존시장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반드시 대체시장을 찾아야 하는데 바로 아프리카입니다. 아프리카는 10억 명의 인구를 가진 거대시장인데다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반면 사회간접자본 등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우리나라와 윈-윈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아프리카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무상원조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수호천사'로 각인돼 왔던 중국에 대한 아프리카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도 간파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대한 주도권을 더 굳히기 전에 우리 기업들도 아프리카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아프리카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프리카는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지역입니다. 남이 관심을 갖지 않으니까 그래서 내가 하는 겁니다. 이 일의 성과는 이번 정부에서 나오지 않지만 미래를 보고서 다니고 있습니다."

지경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일과 성과로써 평가받겠다"며 정치권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실물경제에 주력하겠다는 그의 취임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무역과 자원, 에너지 분야를 관장하는 제2차관으로서 아프리카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박 차관은 11월 말 일본을 방문, 희토류 자원확보를 위한 양국 간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박 차관이 자원에너지에 집중하는 것이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자원외교 행보와 비슷하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야당이 끈질기게 제기하고 있는 사찰 논란의 배후 공세에 대해 그는 "나와 관계없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전혀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근에서 함께 보좌했지만 야당보다 더 강하게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에 대해서 물었다.

정 최고위원과 처음 만난 인연과 서울시장 선거 후 그를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천거하게 된 과정, 그 이후의 갈등과 자신의 속내를 하나하나 털어놓으면서도 비난하거나 '섭섭하다'는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그가 끝까지 정 최고위원에게 '선배'라는 호칭을 고수한 점이 기억에 남았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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