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술과 전신질환-간만 상하느냐고요? 거의 모든 조직에 영향

'술은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되고 지나치면 독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12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송년회를 비롯한 모임이 잦아진다. 이튿날 아침이면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그날 저녁 다시 술자리에 가야할 상황이 된다. 어쩔 수 없이 마시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술이 술을 마시는 상황'까지 이른다. 술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술은 에틸알코올을 1% 이상 함유한 음료를 말한다. 흡수된 알코올은 주로 간에서 지방산이나 포도당보다 우선적으로 대사된다. 알코올은 대사의 주요 장기인 간을 비롯해 거의 모든 조직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 여러 대사 작용의 장애 및 기질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술은 열량은 높은 반면 상대적으로 필수 영양소, 비타민 등이 부족하다.

◆술이 소화기 및 간에 미치는 영향

알코올은 위 점막을 붕괴시켜 위염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기존의 위염이나 궤양을 악화시키고 식도나 위장 출혈의 원인이 된다. 소장 내막을 손상시켜 영양소 흡수를 방해하며 설사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영양부족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만성적인 음주로 인해 췌장조직이 회복될 수 없는 손상이 생겨 만성췌장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간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간세포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된 상태로 알코올성 간질환의 가장 초기 형태를 '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부른다. 증상은 거의 없지만 간혹 간이 커지면서 상복부 불편감, 피로감 등을 호소한다. 대부분 병원에서 간기능 검사나 간초음파 검사에서 발견된 이상 소견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다. 술을 끊으면 대개 수주에서 수개월 내에 정상 회복이 가능하다.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반응을 동반하는 상태는 '알코올성 간염'이다. 식욕감소, 구역감, 구토,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있으며 심할 경우 황달, 복수 등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가벼운 알코올성 간염은 금주로 호전 가능하지만 음주를 계속하면 간경변증 같은 진행성 간손상을 일으킨다. 중증은 폭음 후 갑자기 생길 수 있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도 있다.

가장 심한 형태가 '알코올성 간경변'이다. 정상 간조직이 지속적 염증 때문에 굳어버린 것.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진행하면 심각한 합병증(복수, 정맥류 출혈, 간성 뇌증)이 동반된다. 일단 딱딱해진 간조직 손상은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금주를 하면 진행을 줄이고 간기능 악화나 심각한 합병증,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시점이든 금주가 중요하다.

◆알코올과 다양한 질환

알코올이 암 발생의 위험인자로 주목받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보고됐다. 간장, 식도, 인두, 구강 및 혀 등에 암을 일으키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백인은 전체 암 발생의 6~9%, 흑인은 11~12%가 이들 부위에서 발병한다. 음주자가 흡연을 하면 비흡연자에 비해 암 발생률이 높다. 식도암의 경우 44배에 이르고, 간경변 또는 간암 환자의 64~90%가 음주자다.

소량의 알코올은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을 낮춘다. 그러나 지나치면 관상동맥질환의 발생률이 오히려 증가한다. 음주량이 매일 3잔 이상인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2잔 이하의 음주자들에 비해 고혈압 발생률이 높다.

내분비계는 알코올 작용에 대하여 매우 민감하다.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남성은 성욕감퇴를 갖는다. 남성 알코올중독자는 여성 유방화, 고환 위축, 전립선 위축, 2차 성기관의 기능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남성 호르몬의 결핍증은 남성 알코올중독자의 특징이며, 이것은 알코올이 생식선에 독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임신 중에 지나치게 술을 마신 여성에게서 태어난 신생아는 알코올과 관련된 선천성 기형이 발생될 수 있다. 특히 모체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음주한 경우, 담배를 피우면서 술을 마신 경우에 발생률은 더 높아진다. 특히 임신초기의 음주는 태아에게 더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을 알려져 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창형 교수

★ 건강을 위한 음주법

1.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을 정해 달력에 표시한다. 일주일에 적어도 2일은 쉰다. 나머지 날도 지나친 음주는 해롭다.

2. 하루의 주량을 정해놓고 이를 실천한다.

3. 안주를 곁들여 마신다. 강한 알코올은 위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 안주가 이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상황에 따라 마시지 않는다. 자신을 보호한다는 기본원칙에 따라 덜 마실 수 있는 사회적 기술을 개발한다.

5. 알코올 섭취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상대방이 과음하도록 권하지 않는다.

6. 퇴근 후에 술을 마시는 경우에는 귀가시간을 정해놓고 마신다.

7. '주도'를 몸에 익혀 실천한다. 음주 후의 사회적 행동변화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한다.

8. 술과 다른 약물을 동시에 혼용하지 않는다.

9.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들은 충족할 수 있는 다른 대안(운동이나 노래방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10. 취하는 속도가 빨라졌을 때는 즉시 검사를 받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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