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화(51'여) 씨의 온몸은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나무토막'처럼 딱딱했다. 류머티즘과 퇴행성관절염으로 그는 앉고 일어서는 기본적인 동작조차 힘들어했다. 손목을 돌릴 때도 인상을 써야 했다. 움직일 때마다 크고 작은 고통이 뒤따랐다. 그런 그가 이제 두 손을 맞잡아 꽈배기 모양도 할 수 있고, 체조선수처럼 두 다리를 쭉 벌릴 수도 있다. 무릎 관절을 많이 쓰는 산 오르기도 가능해졌다. 뻣뻣했던 관절에 마치 윤활유를 친 것처럼 몸이 부드러워졌다. 자연스럽게 힘도 생겼고, 편안해진 동작에 표정도 밝아졌다. 명상체조를 시작한 지 3개월째부터 찾아온 변화였다.
대구가톨릭환경위원회(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운영하고 있는 명상체조반 회원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지친 심신을 달래며 건강을 유지하고 아무런 도구 없이 오로지 자신의 몸만 가지고 운동을 하면서 환경친화적 이념도 지키고 있다. "기구를 사용하는 운동은 어떤 식으로든 자연을 훼손합니다. 하지만 명상체조는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합니다. 가공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에 나를 맡기고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죠."
그래서일까. 회원들의 표정엔 서두름이 없다. 걸음걸이에도 느긋함이 배어 있다. 4월부터 매주 화'금요일 한 번에 2시간씩 단계별로 행공수련과 태극권을 익혀온 내공이 몸짓 하나하나에 녹아있다. 옆에서 지켜본 수련과정은 마치 슬로모션을 보는 듯했다. 두 팔을 들어 허공에 큰 원을 그리고, 허리와 무릎을 돌리는 몸 풀기 체조의 동작 하나하나가 느리기만 했다. 하지만 동작은 물 흐르듯 연결됐다. 이영석 관장은 내내 호흡을 강조했다. 느릿하지만 게으른 사람의 동작처럼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그 속에 힘이 느껴졌다.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자연의 대화를 여는 일종의 예식 같아 보이기도 했다.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몸 풀기를 마치자 행공수련이 시작됐다. 첫 단계는 내가신장(內家神掌). 기마자세를 취한 회원들은 그 자세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15분을 버텼다. 자세를 풀자 고통을 참아낸 흔적이 역력했다. 이마엔 땀이 맺혔다.
이 관장과 박희상 사범의 공방술 시연 또한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있었다. 강한 힘으로 공격을 가해오는 상대를 힘으로 맞대응하기보다 그 힘을 되받아 상대를 제압함으로써 조화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이 관장은 "살아있는 것은 부드럽고 죽은 것은 딱딱하다. 억지로 힘을 주면 자연스럽게 몸은 딱딱해지고, 부드러움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이런 원리는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했다. 명상체조의 목적은 수승화강(水昇火降). 위로 오르기 쉬운 열(火)의 기운을 아래로 내리고, 아래로 가라앉기 쉬운 찬(水)기운을 올리는 것. 쉽게 말하면 배꼽 근처 단전을 기준으로 머리는 차갑게, 하체는 뜨거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균형이 깨어졌을 때 인체는 정상적인 생리 상태를 벗어나 탈이 나고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고 본다.
수련을 통해 이희정(60'여) 씨는 젊음을 되찾고 있다. 이 씨는 "늘 어딘가가 아프고 힘도 없었는데 수련을 하고부터는 몸 곳곳에 혈액이 돌면서 주름이 없어졌고, 늘 상쾌한 기분을 유지한다"고 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쉽게 수련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성영희(57'여) 씨는 "추운 겨울에는 실내에서, 날이 따뜻하면 들과 산에서 수련할 수 있고, 몸 컨디션과 상관없이 언제든 할 수 있다"며 "행공을 하면 할수록 몸이 부드럽고 유연해질 뿐만 아니라 마음이 차분해져 깊고 넓은 마음을 갖게 된다"고 했다.
행공으로 육신을 다스렸다면 명상은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 최정숙(55) 씨는 "명상으로 나를 비우면 잡다한 일상의 잡념이 사라지고 감사하는 마음, 겸손한 자세로 나를 돌려놓는다"고 했다. 문의는 대구가톨릭환경위원회 명상체조반 053)253-3655.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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