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되면 번화가에는 '빨간 냄비'가 뜬다. 구세군의 자선 냄비. 8일 대구경북의 구세군들이 시종식을 열고 2010년도 모금을 시작했다. 이들은 24일 자정까지 시민들의 쌈짓돈을 모은다. 자선냄비는 웬만하면 누구나 한 번쯤 동전이나 지폐를 넣었던 경험이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모금 운동을 해왔다. 워낙 자선 냄비가 유명하다 보니 구세군을 마치 봉사단체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잖다. 하지만 구세군은 엄연히 기독교의 한 종파다. 그들은 자선냄비 모금은 하나의 자원봉사 활동이며 자신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기독교인임을 강조한다.
◆특색 있는 기독교 종파 '구세군'
구세군의 체계는 장로교나 침례교, 감리교 등 다른 기독교 종파와는 사뭇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천주교처럼 중앙집권적인 권력 체계가 있다는 점이다. 교황청에 비유되는 세계본부가 영국에 있으며 인사권을 총괄한다. 예컨대 세계본부에서 우리나라 지방장관(지역책임자)까지 선임한다. 이 같은 이유로 각 교회 중심의 다른 종파에 비해 모임 등이 일사불란한 면이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제복을 입는다는 점이다. 자선냄비 모금을 하는 구세군들이 입고 있는 것으로 모금 활동 때만 입는 이벤트성 옷이 아니고 교회 예배 등 교회 활동을 할 때 교인들이 입어야 하는 옷이다. 군대로 치면 군복과도 같은 것이다. 제복 자체가 차별 없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구세군 대구경북 지방본영 추승찬 지방장관은 "과거에는 일본 제복 같다며 좋지 않게 보는 시선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구세군만이 입을 수 있는 옷으로 교인들도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대구의 구세군은 명덕교회, 동대구교회 등 14곳의 교회에 4천여 명 정도의 교인들이 있으며 13곳의 복지시설이 있다. 이들은 평소 다른 교회와 마찬가지로 선교 활동과 예배, 각종 복지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가운데 1천500명 정도가 자선냄비 모금활동에 자원봉사하고 있다.
◆이웃사랑의 대표 브랜드 '자선냄비'
자선냄비는 82년의 역사가 있다. 우리나라 이웃돕기와 자원봉사의 시초라고 여겨질 정도. 대구는 동성로를 중심으로 12곳(경북 16군데)에서 1천500명 정도의 교인들이 2인1조가 돼 2시간씩 모금 활동을 한다. 43년째 자선냄비 모금활동을 한다는 추 지방장관은 "모금 장소는 고정돼 있으며 마음대로 설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세군은 오랜 세월의 모금활동에도 이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와 같은 큰 폐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철저한 자체감사와 명확한 자원봉사 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매일 거둔 모금액은 3명 이상이 공개된 장소에서 계산해 즉시 온라인을 통해 서울본부에 입금하고 다음날 오전 곧바로 은행에 입금하는 체계가 있다. 성금에 대한 외부 공인회계사를 통한 회계감사와 행정안전부의 최종 회계감사도 받는다. 또 구세군 교인들 사이에 뿌리내린 자원봉사 의식도 한몫한다. 추 지방장관은 "우리의 경우 자선냄비를 통해 먹고사는 것이 아니고 자선냄비를 통해 사랑을 실천한다는 자원봉사 개념이 확고하다"고 했다.
자선냄비 모금액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는 대구경북의 모금액이 2억원이 넘었다. 성금은 명절이나 긴급재난이 발생했을 때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사용된다. 추 지방장관은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혜택은 좀 있는 편이지만 실질적으로 소외된 차상위계층에 대한 혜택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이들에게 되도록 도움을 줘 이들이 세상에 실망하지 않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풍토를 만드는 것이 구세군의 목표"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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