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가 계단을 오른다?'
대구 달서구 대곡동 대곡성당 계단. 어른을 태운 전동휠체어가 계단 앞에 닿자 바퀴 양 옆에 붙어있던 톱니 다리가 땅에 닿는다. 꼭 딱정벌레 다리처럼 생겼다. '착착' 소리를 내며 다리가 앞뒤로 움직인다. 이내 높이 30cm 계단을 오른다. 세계 최초 계단을 오르는 전동 휠체어다. 20여 년 전부터 계단을 오르는 휠체어를 고안해 얼마 전 완성한 장순식(85) SSJ테크 회장은 "앞으로 장애인들이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불편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계단을 오르는 휠체어
20년 전 장 회장은 우연히 길을 걷다 한 장애인이 휠체어로 계단을 오르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순간 '계단을 오르는 휠체어가 있다면 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 후 본격적으로 장애인 휠체어에 대해 고민했다. 아이디어는 좀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우연히 길을 걷다 휠체어도 사람처럼 걸을 수만 있다면 계단을 쉽게 다니겠구나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톱니를 이용한 '워킹스타일' 개념의 휠체어를 고안한 것.
장 회장은 "'결정적 착상'을 한 뒤 너무 기뻐서 그 자리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며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서울, 부산 등지로 배터리, 크랭크 축 등 휠체어 부품을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모두 4단계를 거쳐 오늘날 완성된 워킹 휠체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완성이 끝은 아니다. 50kg에 달하는 무게를 줄이고, 디자인 등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 특히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출 수 있는 사업 투자자 등을 물색해야 한다. SSJ테크는 장 회장이 2006년도 연간 160여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자동차 부품회사 ㈜제일산업을 접고 차린 발명 전문회사. 이 때문에 생산라인은 갖추고 있지 않다. 장 회장은 "2년 안에 완제품을 생산해 낼 것"이라며 "워킹 휠체어가 시판되면 계단이 많은 지하철역 등에서 장애인들이 손쉽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발명은 나의 인생
그의 '발명끼'는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도시락도 없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 비록 나무로 만들었지만 프로펠러가 달린 모형비행기를 만들었다. 일제 강점기여서 일본인 교장으로부터 칭찬을 크게 들었다.
"당시 '조센징' 학생이었지만 내 발명품을 보고 일본인 학생들도 무시하지 못했어요." 이후 1950년대 말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발명에 대한 열망을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1960년대 초 대구로 내려왔다. "발명을 하면 돈도 벌고 성취감이 있을 것 같아 본격적으로 발명에 매진했어요."
첫 발명품은 자동차 부품 라디에이터. 당시 수입에만 의존하던 자동차 라디에이터를 개발,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했다. 장 회장은 "언론에 대서특필 되고 국내 라디에이터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 받았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발명의 길로 접어 들었다. 실제로 장 회장이 1960년대 초반부터 발명에 몰두해 실용신안 등록 제품만도 수십여 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미끄럼 방지구(아이젠)가 부착된 등산화(상품명 슈팅스타)는 유명세를 탔다. 평소에는 일반 등산화로 쓰다가 눈 덮인 산에서는 아이젠을 펼 수 있는 제품으로 지난 2001년 독일, 프랑스와 함께 세계 3대 국제발명품 전시회의 하나인 '제29회 제네바 국제발명품전시회'에서 특별상과 은상을 한꺼번에 거머쥐었다.
장 회장은 "발명을 통해 수익을 얻기 보다는 내가 세상을 뜬 이후 후세들이 내 발명품 때문에 혜택을 봤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며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발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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