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7대 국회에서 국방위원만 4년 했다. 때마침 국방 개혁을 논의하고 있을 때였다. 많은 논의 끝에 내가 얻은 결론은 징병제를 지양하고 모병제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휘관이 명령만 하고 애국심에 호소하여 전쟁을 하기에는 사회가 너무 많이 변했다. 징병으로 인한 사회 문제가 너무 많고, 전력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됐다.
현대전은 인력전이 아니라 무기전이다. 많은 병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수의 훈련된 군인과 최신예 무기를 갖추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강군인 미군이 그렇다. 한국군의 무기는 최신예 병기이고, 전체가 컴퓨터 병기이다. 단기 복무의 의무병 제도로는 적당치 않다. 부사관(하사관)은 교육 수준이 떨어진다. 장교는 승진을 하기 때문에 한 곳에서 한 병기에 매달릴 수가 없다. K-9 자주포만 하더라도 50억원이나 하고, 세계 최고의 전차 병기이다. 그 병기를 누가 운용하는가를 살펴 보아야 한다. K-9 자주포를 다룰 수 있는 달인이 요구된다. 지금의 부사관과 단기복무의 징병제도로는 컴퓨터 뭉치의 병기를 제대로 다룰 수 없다. 징병제도를 제대로 하는 나라는 OECD 국가 중 한국뿐이다.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현대전에서 모병제의 효과는 대단히 컸다. 미군은 징집병으로 베트남 전쟁을 했다가 참패했다. 이에 미군은 군 개혁을 단행하고 모병제를 실시했다. 쿠웨이트전, 이라크전에서 미국이 소수의 병력으로도 높은 전과를 올린 것은 모병제, 부사관 제도 때문이었다. 북한의 연평도 사태 때 K-9 자주포를 잘 다루는 군인이었다면, 더 효율적으로 대응했을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과 북한은 특수 관계이며 전장(戰場)의 중심(中心)이 너무 짧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우리로서도 최대 약점은 인구의 반을 차지하면서 재산의 80%를 갖고 있는 수도권이 북한의 전통무기인 장사정포 사정 거리에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초기 대응을 한다고 하더라도 큰 피해를 막을 수 없다. 전면전을 하면 남한이 북한을 압도한다는 것은 확신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매년 남한의 국방비는 북한의 6배가 넘었다. 그러나 우리도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는다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새로 임명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다시 재도발하면 공군기로 북한의 해안포대를 초토화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도 얻어맞고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취약 지점이 어디인지도 북한은 잘 알고 있다. 해안포가 박살이 나면 휴전선으로 옮길 것이다. 휴전선에는 1천500문의 장사정포가 있고, 수도권을 향한 것만 350문이 걸려 있다. 수도권으로 포문을 열면 전면전이다. 전면전에 들어가면 남한도 반신불수가 되어야 한다. 전쟁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김정일 부자라고 했다. 김정일 정권은 모든 것을 잃는다. 30분의 1 경제력으로 남한과의 전면전이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절대 권력이 무너지면 그 참상은 생각하기도 싫을 것이다. 전쟁을 해서는 안 될 서로의 약점이 있다.
한반도의 상황은 전쟁 분위기이다. 영토가 폭격을 당하고 5천 명이 피란 나왔다. 해안에서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친구는 '한국에 들어가도 되느냐'고 전화했다. 그런데도 주가는 오히려 올라가고 라면 사재는 사람은 없다. 무엇을 믿고 이러는 것일까? 남북한의 위기는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 뒤에는 기회가 있는 법이다. 남북한 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서해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면, 양쪽에 어떤 이익이 올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첫째, 중국인들이 조업하고 있는 조기와 꽃게를 남북한 어민이 공동으로 잡고 잘 살 수 있다. 둘째, 서해에 있는 개성공단이 활성화된다. 인건비 때문에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은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 해안 도시의 인건비가 월 1천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인건비가 월 80달러이다. 중국 진출 공장은 얼마든지 회기할 수 있다. 셋째, 휴전선 지도를 보면 임진강과 한강의 하구는 붙어 있다. 하구에는 엄청난 규모의 모래톱이 있고, 값으로 환산하면 30억달러가 넘는다 한다. 모래톱은 한강과 임진강 하구의 주민에게 만성적 홍수 피해를 준다. 모래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모래를 다 쓰고 반은 값으로 쳐서 북한에 주면 어떨까? 모래를 다 파고 나면 한강 하구의 홍수의 피해는 없어지고, 한강을 통하여 대형 화물선이 서울로 들어올 수 있다. 평화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해야 한다. '전쟁을 생각하면 전쟁을 낳고, 평화를 생각하면 평화가 온다.' 요한 갈퉁의 말이다.
박찬석(전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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