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 양성, 양성···."
도내 곳곳에서 구제역 의심증상이 양성으로 판정나면서 시·군 공무원과 경찰, 군인, 축산농, 주민들까지 동원돼 구제역 차단 방역에 나서고 있다. 한파가 들이닥친 방역 초소와 구제역 폭탄을 맞은 식당가를 둘러봤다. 민심은 어수선하고 경제는 추락하고 있었다.
◆애타는 축산농
자율 방역에 나서고 있는 축산농들은 구제역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소가 몹쓸병에 걸리면 다 집어치우고 고향을 떠나야죠. 달리 방법이 있습니까."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영주시 적서동 인근 마을인 장수면 반구2리. 이 마을 주민들은 구제역 공포에 떨고 있었다.
소 16마리를 키우고 있는 조동범(53) 씨는 "영주에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밤잠을 설쳤다"며 "설마, 설마 했는데 막상 구제역이 영주까지 왔다고 하니 어찌해야 할지 한숨만 나온다"며 걱정했다.
조 씨는 지난달 29일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축사 문을 폐쇄하고 집과 축사만 오가며 감금 생활을 해오고 있다.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며 키워온 소들을 구제역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다. 택배나 우편물도 마을 입구로 나가 직접 받아올 정도다.
23농가 1천200마리의 한우를 사육하는 영주시 이산면 월리 마을 역시 비상사태다. 마을 진입로를 지키는 주민들은 외지인의 접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고, 오토바이, 차량, 주민은 물론 취재기자까지 분무식 방역기에서 퍼붓는 소독액 세례를 받아야만 통과를 허용했다. 행정당국이 운영하는 초소보다 더 엄격하게 운영됐다.
이 마을 이장 권정우(53) 씨는 "안동에서 최초로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달 29일부터 주민들이 자체 방역초소를 운영해오고 있다"며 "현재 1개 조에 3명 씩 5개로 나눠 24시간 교대로 초소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구제역은 물론 추위와 식사를 해결하는데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식사 당번은 아낙네들이 맡았고 추위는 초소 옆에 피워 놓은 장작불에 의지하고 있었다.
◆추위에 허덕이는 방역 초소
"방역 초소도 얼고 소독액도 얼고 사람 마음도 얼어 붙었습니다."
새벽 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떨어진 12일 낮. 영주와 봉화를 잇는 국도 36호선에 설치된 봉화군 구제역 방역 제1초소에는 동장군이 덮쳐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분무식 방역기에는 고드름과 살얼음이 가득했고 결빙된 도로는 염화칼슘과 녹다 만 얼음이 뒤섞여 있었다. 구제역과 갑자기 불어닥친 동장군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방역요원들은 마스크와 모자, 두터운 옷에 방역복까지 걸쳐 중무장한 전사들 같았다.
초소 옆에 피워놓은 장작불에 간간히 언 몸을 녹이던 봉화군청 최상용 하천담당은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소독액이 얼어붙어 방역작업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교통사고 위험까지 있어 초소운영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가도 비상
구제역으로 식육식당가는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 없고 일반 식당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구제역 발생 이후 상당수 주민들은 외식과 고기 먹기를 꺼리고 있고 단체 모임이나 회식 등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경기 침체의 수렁이 깊어만 가고 있다.
평상시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였던 영주동의 한 식당은 최근 구제역 폭탄에 피해를 입어 60여 평이 넘는 식당에 손님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김모(49·영주시 영주동) 씨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굽거나 삶아서 먹으면 상관없다고들 하지만 손님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구제역 파동 이후 급격히 손님이 줄어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영주봉화·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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