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로 돌아가 교복을 입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면 마음까지 이해하게 됩니다." "선생님이 오늘따라 더욱 다정하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10일 청도 이서면 이서고 교사들은 학교로 출근하자마자 교복을 챙겨 입었다. 교복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명찰까지 붙이고 학생들 앞에 서니 웃음꽃이 절로 피어났다. 이날은 학생들이 건의한 '교복 벗는 날'(No Uniform Day)로 교사는 교복을 입고, 학생은 사복을 입고 수업을 진행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1학년 교실에 교복 입은 교사들이 속속 입장하자 학생들은 서로 '우리 선생님이 멋있다'며 사진 찍기 경쟁을 벌이는 등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이날 행사는 이 학교 영어회화반이 주도했다. 회화반 내 '의료자원 활동 모금팀'(팀장 김유영·1년)과 '태국 소규모학교 돕기 활동 모금팀'(팀장 이하경·1년) 등 3개 팀이 태국의 밀림지역 학교 학생들을 돕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교복 입는 이벤트를 벌이는 등 모금행사를 마련했다.
학생들은 원어민 교사인 스티브 스나이드로 씨에게 태국 국경 난민지역 봉사활동 경험을 전해 듣고 그중 열악한 환경에서 물인 줄 알고 염산을 마셔 식도가 타버린 쎄뚜(5세) 어린이 수술비 돕기에 적극 나섰다. 이하경 양은 "인터넷 영상 통화로 쎄뚜네 가족과 통화를 하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며 "교복 입은 선생님에게 열심히 도와달라고 부탁하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원어민 교사 스나이드로 씨는 "학생들이 교사들의 차량을 세차해주고, 성금통 마련, 후원자 리본 만들기 등 모금활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교사들은 "옛 추억을 되살려보고 학생 입장과 우리의 경험을 서로 공유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며 "제자들의 속 깊은 모금활동에 동참하게 돼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영어회화반 학생들은 지난해에도 4주간에 걸쳐 교내 쎄뚜 어린이 수술비 모금활동을 벌여 수능을 마친 3학년 학생들이 참여하는 등 수술비 120만원을 지원했다.
최훈 이서고 교장은 "학생들이 영어공부를 하며 직접 팀을 꾸려 외국 학생을 돕겠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교사들이 기꺼이 이를 받아주는 마음이 하나로 모여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 좋은 본보기가 됐다"고 말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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